우리의 미래세계가 첨단기술과 결합하면 인간이 과연 얼마나 잔인하고 반인간적인 될 수 있는지, 그 신기원을 이스라엘군이 열고 있다. 가자전쟁은 회색 디스토피아를 그렇게 선취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 지난 12월 1일자 기사를 보면 이스라엘군은 폭격 목표를 선정함에 있어 별도의 ‘표적관리 부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그래서 ‘오직’ 군사적 목표물만을 타격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는 이를 위해 AI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타겟을 선별하고, 이를 신호등 색깔처럼 적-황-녹색으로 분류한다. 즉 하마스나 이슬람지하드 조직원의 집이나 거처 등과 관련 평소 도감청, 드론 정찰, 심어둔 스파이 등을 통해 입수된 첩보를 처리해서 입력하면 AI 고유 알고리즘이 이를 분류한다는 말이다.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의 명성이야 익히 알고 있는 바, 그래서 저렇게 전쟁을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그리고 정보관리자는 의심이 가는 건물이나 가정을 폭격하면 어느 정도의 소위 ‘부수적 피해’ 즉 사상자가 발생하는 지를 사전에 알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마스가 자행한 테러에 의해 사망한 자그마치 1,200명의 ‘민간인 목숨’에 비하면 현재 실종자 포함 22,000명이 훨씬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목숨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그림1] 참조) 왜냐하면 이들은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의해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하는 것이지만 최근 밝혀진 새로운 증거에 따르면 이른바 ‘학살’당했다는 이스라엘인 ‘민간인’ 1,200명의 절반은 군경이고 또 그 중 상당수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죽은 것이다. 그래서 좋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저런 식의 이스라엘에 의해 조작된 내러티브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디언지 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바로 이 AI 기반 타겟 선별 플랫폼을 ‘복음Gospel’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은 이 죽음의 타겟 생산라인을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가장 빨리 가동시키기 위해 첨단기술 즉 AI를 활용해 왔다는 말이다. 그렇게 이번 전쟁은 ‘AI전쟁’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또 ‘공장factory’에 비교했다.
종전까지 나는 나치의 가스실과 비교해 그래도 이스라엘의 ‘도덕적 우위’를 인정하자는 쪽이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그래도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는 나치와 비교해 가스실은 운용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하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제 보니 좀 아니다. 이는 전적으로 나의 무지의 소치다.
나치들의 이른바 ‘최종해결Endlösung’은 철저한 관료적 그리고 약간의 착오도 없는 첨단기계적 합리성에 따라 진행, 관철된 거대한 절차 그 자체였다. 이렇게 완벽히 변종, 변성된 근대적 이성은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면서 이때 그 정점을 찍었다. 완벽한 비합리주의의 합리적 성과였다. 그래서 밝혀지기로 독일나치는 유대인 2백만 명 정도를 이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이런 점에서 완벽한 나치의 초현대적 재현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완성이다. 과거 나치들이 ‘독일적 철저함’으로 이룩한 것을 이들은 AI를 통해 이제 그 성공의 정점을 향하고 있다. 참으로 위대하다. 이들 ‘디지털 나치’ 이스라엘군은 이렇게 나치의 가스실을 완벽히 대체할 ‘대량학살 공장’을 가상세계에서 완성, 현실에서 즉 가자에서 성공적으로 실험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완벽하게 22,000명의 생명을 박탈한 전례가 또 있으랴. 어떤 점에서 디지털 나치들은 원나치보다 더 우월한 생산성을 달성할 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들은 특히 어린이들을 ‘처리’하는 데 두드러진 생산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처럼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세계최대의 ‘개방형’ 형무소 가자지구 인구 230만 명중 약 47%가 어린이다. 아래 [그림 2]에서 보듯 올해 막 성년이 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청년에게 지금의 전쟁은 제5차 이스라엘-가자 전쟁이다. 생애주기 전부가 전쟁의 트라우마에 의해 이겨진 삶이었다. 비록 전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부상자를 낸 2018년 ‘대 귀환Great Return’ 비폭력 평화행진까지 합하면 총 6번째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하마스가 먼저 때렸지 않냐면서 이스라엘을 변호하지만 이는 역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 경우다. 전쟁으로만 보자면 이번이 제5차다. 그리고 동시에 ‘제1차 AI전쟁’이다. 그리고 그 성과는 혁혁하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어린이만 혹은 미성년자만 11월 20일 기준 5,500명이상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종자 6,800명중 절반을 역시 미성년자로 잡는다면 약 9,000명에 달한다. 며칠 전 뉴욕타임즈조차 전대미문의 즉 금세기 전쟁사를 통털어 처음보는 대사건이라고 혀를 내 두를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짧은 휴전이 끝나자마자 또 민간인 밀집지역을 폭격해 수백 명의 새로운 사상자를 기록했다. 마찬가지 여기서도 그 절반이 어린이일 것이다.
AI는 뭐라고 해도 결국은 확률이다. 팩트가 아니다. AI가 확률에 따라 어느 집을 하마스대원의 집이라고 ‘정보처리’하면 즉 사형선고를 내리면 이는 확률이 아니라 팩트가 된다. 증거가 아니라 확률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것이다. AI는 0과 1의 초고속 연산이지만 인간에게 0과 1은 생사의 문제이다. AI가 길거리 행인을 범죄자로 분류해서 ‘처리’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세계는 어떻게 바뀔까. 지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이 사상초유의 디지털 생체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2개의 ‘공장’을 상상하니 입을 다물 수 없다. 그 알고리즘 이름도 얼마나 신박하고 미래주의적인가. ‘복음’! 이스라엘 시오니스트여, 그대 ‘디지털 나치’들이여. ‘복음’을 전파하라. 하나님 보시기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