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건희 명품·엑스포 참패 후 일주일째 질문 안 받는 대통령실

용산 대통령실의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초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참패 등 굵직한 사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이후 일주일째다. 김 여사의 명품 수수 관련 보도는 지난달 28일, 엑스포 개최지 결정은 29일 오전 나왔다.

이들 두 사안은 대통령실의 소상한 설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들이다. 우선 김 여사의 명품 수수 논란의 경우 공적 위치에 있던 작년 9월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현직 대통령 배우자의 도덕성 및 처신에 관한 심각한 사안이다. 명품을 받고 난 뒤에 처분을 어떻게 했는지, 돌려주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는지, 대가성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당사자인 김 여사를 통한 명확한 확인과 그에 따른 합당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처음 해당 보도가 예고됐을 때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사람은 ‘유튜브 주장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무시했고, 실제 보도가 나온 이후에는 공식 해명 대신 입맛 맞는 매체들만 골라 함정취재가 문제라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거나, 대통령실 창고에 ‘반환 선물’로 분류돼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공여자가 명품 사진을 미리 보낸 뒤에 만나서 직접 전달했고, 김 여사가 이를 거절하지 않고 받는 장면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는데, 이제 와서 ‘반환 선물’로 보관하고 있다는 설명은 모순이다. 그 해명이 최소한의 설득력을 갖추려면 ‘반환 선물’로 분류돼 보관된 시점 등이 담긴 공적 기록이 함께 공개돼야 한다. 그리고 그 해명을 왜 공식적으로 하지 못하는지도 의문이다.

엑스포에 관해서는 국민들에게 불어넣은 기대에 비해 결과가 지나치게 처참하고 기망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유치전 최일선에 있었던 대통령실의 솔직하고 자세한 평가가 국민들에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 도대체 ‘결선 투표까지 가서 역전을 노린다’는 낙관적 전망이 어떤 정보에 기초한 것이었는지, 투표 전까지 윤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었던 전망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엑스포 관련 담화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된 “전 정부에서 관심이 없었다”는 식의 ‘문재인 정부 탓’과 “모든 게 제 부족함의 소치”라는 식의 포괄적 사과만으로는 국민들이 충격을 극복하거나, 무기력한 정부의 기능에 의문을 풀기에 충분치 않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위 사안들이 불거짐과 동시에 뒤로 숨었다. 일찌감치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의 기회가 차단된 지는 이미 오래다. 비서실장과 홍보수석, 대변인 브리핑이 총 네 번 있었으나, 모두 인사 발표 명목이었고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사전 공지했다.

불편한 질문이 예상될 때 질문을 원천 차단하고, 일정하게 시간이 지난 후 또 다른 이슈가 기존 이슈를 덮는 상황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도덕성에 흠집이 나는 문제, 김 여사와 처가 문제에 관해 유독 그랬다. 윤 대통령의 ‘이준석 내부총질’ 문자 메시지, ‘바이든, 날리면’ 발언, 김 여사 지인 사적채용 문제, 처가 땅 관련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주가조작 의혹 수사, 장모 실형 등과 같은 사안에 관심이 집중됐을 때 대통령실이 보여준 태도에서 알 수 있다.

MBC 출입기자는 자사 보도를 악의적이라고 비난한 뒤에 떠나는 윤 대통령의 등 뒤에다 “뭐가 악의적이냐”고 물었다가 조리돌림 끝에 쫓겨나듯 대통령실을 떠났다.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실이 정하는 규칙과 금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평소 민감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면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겨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었다. 이제 이 말은 무의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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