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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들 총선 차출에 ‘약체’로 전락한 내각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중규모 개각을 실시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6부처의 장관이 바뀌었는데 이들 중 다수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공석인 국가정보원,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이고, 외교·법무·산업부 장관 교체도 예정되어 있다. 대통령실 개편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윤석열 2기 내각이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대거 빠지면서 관료와 학계 인사가 그 자리를 채웠다. 경제부총리 후보에는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임명됐고, 국토부와 해수부에도 관료 출신이 자리를 차지했다. 농식품부·중기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는 여성이 지명됐는데, 관료 출신이거나 학자들이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오영주 후보자는 외교부 출신이고, 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경영학 전공 교수다. 좁은 인재풀에서 후보자를 고르다 보니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을 국정 쇄신 차원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경제수석을 경제부총리로 보낸 건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른 후보자들도 이렇다 할 색채가 없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점차 관료에 의존하는 쪽으로 움직여 왔다. 이번 개각을 통해 이런 방향은 더 뚜렷해졌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을 벗어나려고 했다지만 그렇게 기용된 인사들이 그다지 참신해 보이지도 않는다.

야당은 "총선 출마자들이 도망친 자리를 채우는 '도주 개각'"이라고 평가했다. 표현이 다소 거칠긴 하지만 정권 출범을 같이했던 장관들이 내각에서 빨리 떠나려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장관으로 입각해 국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지금 정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관심이 총선에만 있고, 경제와 민생에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은 집권 여당의 지도자지만 더 중요하게는 행정부의 수반으로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지금처럼 대통령실과 내각을 모두 관료 출신으로 채우고 힘을 빼면 국정 자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어렵다. 선거에서 약속한 공약 사업도 줄줄이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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