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 집결한 민주노총, 중대재해법 개악 시도에 ‘반발’

국민의힘 당사 거쳐 민주당 당사까지 ‘항의 행진’...국회 앞 천막농성 돌입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2.05. ⓒ뉴시스

민주노총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시도하는 정부와 국회에 반발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 천막농성장도 차렸다.

민주노총 윤택근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통령은 노조법 2·조 개정안과 방송3법을 거부하더니, 국회는 그나마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또다시 2년 동안 유예하겠다고 한다”며 “대통령과 국회는 노동자들을 한낱 부품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국민 모두가 염원해서 만든 최소한의 법이었다. 그런데 이를 또다시 국회에서 무력화하려고 한다”며 “재해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오고 있음을 이미 국회도 알고 정부도 알고 있는데, 이렇게 또다시 유예하려는 것은 바로 재벌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재벌들에게는 무한한 혜택을 주고 노동자들은 무한한 고통을 주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의 모습”이라며 “국회와 정권이 한통속이 돼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다면 우리는 그에 응당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거부했다. 이제 노동자들이 대통령을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손덕헌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너무나 열악한 금속 사업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지켜봤다. 1400도가 넘는 용광로에 빠져 노동자의 목숨이 철물이 됐다. 그런데 자본은 바뀌는 게 없다”며 “노동자 생명과 죽음은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이 다를 수 없다. 일터에서 죽음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 한번 투쟁으로 만들어보자”고 호소했다.

‘23년차 제조업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민주노총 충북본부 김선혁 본부장은 “사업장에서 수많은 재해와 사고로 동지들을 잃었다”며 “모두 자본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법을 어긴 사용자의 처벌은 없었다”며 “그래서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안전고리나 안전바가 없어서, 수신호가 배치되지 않아서, 최소한 법이 규정하고 있는 안정장치가 설치되지 않아서 생명을 잃고 있다”며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야 민생이 안정된다는 윤석열 정권 주장의 근거는 대체 무엇인가. 생명을 지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제를 해친다고 이야기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어디서 나왔나. 그럼 노동자가 죽어야 경제가 살고, 민생이 안정되느냐”고 따졌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2023.12.05. ⓒ뉴시스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도 분노 “어떻게 만든 법인데...죽을 힘을 다해 싸울 것”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이날 모인 노동자들과 함께 울분을 토했다. 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에서 제정되는 데에 시민사회에서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용균이의 죽음은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판이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고 사회적 참사였다”며 “반토막이 난 월급도 문제지만 가장 존중받아야 할 인간 생명의 가치가 처참히 훼손되는 걸 볼 때,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부는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해 한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어떻게 이토록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 너무나 억울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아들 재판이 1·2심 진행했고 대법원 마지막 선고가 7일로 잡혀있다. (1·2심에서는) 서부발전이 아들을 죽인 것은 맞지만 발전사 원하청 사장은 현장의 위험을 몰랐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몰랐다면 앞으로 관심을 가지도록 가중처벌해야 마땅한데 몰랐다면 모두 빠져나가는 판이니 미치지 않고서야 어떤 기업주가 안전에 관심 하나 가지겠나. 너무 괴상한 판결을 보고 있자니 법정이 아직도 70년대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암담했다”고 성토했다.

김 대표는 “우리 산재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었다. 하지만 시행된 지 2년이 다 되어도 아직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비참한 실정”이라며 “현실이 이토록 암담함에도 현 정부와 여당은 내년 초부터 시행될 50인 미만 사업장을 그동안 3년 유예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2년 미룬다고 한다. 그런다고 안전이 보장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만든 법인데 (개악 시도를) 절대로 두고 볼 수 없다. 민주당도 국민의힘과 타협하지 않길 바란다”며 “윤석열 정권이 더이상 개악하지 못하도록 죽을 힘을 다해 싸울 각오가 돼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근처 국민의힘 당사와 민주당 당사를 향해 항의성 행진을 벌였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반대 서명에 참여한 노동자·시민 6만의 목소리를 민주당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