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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지자체 교부세 축소, 월권이자 책임 떠넘기기

정부가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지방자치단체에 보내는 보통교부세를 원래 예정분보다 9조원 넘게 깎아버렸다. 지자체들은 갑자기 발생한 교부세 펑크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조치가 법과 관행을 무시한 월권이자 세수 결손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라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17개 시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통교부세는 57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에 주기로 한 금액인 66조1천억원보다 9조원 적다. 시도별로 보면 경북이 1조7천억원 줄었고 강원이 1조2천억원, 경남과 전남도 1조원 이상 줄었다. 서울과 대구, 광주 등 3개 시도를 제외하고 14개 시도에서 보통교부세가 줄었다. 지자체가 직접 걷는 세금도 줄었다. 올해 지방세수는 올해 본예산을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 4조9천억원이 부족하다.

지자체들은 지난해말 통과된 예산안에 따라 올해 예산을 집행했고, 대금 결제만 남은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교부세를 일방적으로 깎아버리면서 재정난에 빠졌다. 수입이 부족해지자 각 지자체들은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기금에서 돈을 빌렸다. 광주·대전·경기·충남·전북 등 5개 시도는 지방채를 2천449억원 규모로 발행했고, 대구·인천·광주·경기 등 11개 시도는 지역개발기금이나 재정안정화기금 등에서 1조5천억원을 차입했다.

원칙대로면 ‘급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할 책임은 지자체에 있지 않다. 국회에서 확정된 본예산이 바뀌지 않는 한 행정부는 국회가 심의한 금액을 그대로 지출해야 한다. 지자체에 주는 보통교부세가 모자라면 국채를 발행해서 먼저 지급하고 2년 뒤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지출을 줄이려면 국회에 감액추경을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추경 편성 없이 일방적으로 보통교부세를 줄여버렸다. 국회의 예산권을 침해한 월권행위다. 정부는 더 나아가 재정난을 호소하는 지자체에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적립금 등으로 세수 부족분을 충당하라고 한다. 원래대로면 국채 발행으로 져야 할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기는 것이다. 59조원에 이르는 세수 부족은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정책에 따른 결과다. 왜 그 책임을 지자체에 지라고 강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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