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도 배치했지만, 불길 번지는 중동에 속수무책인 미국

일(현지시각)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23.10.10.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의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살을 멈추기는커녕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게 피난을 가라고 했던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공격도 공식화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3일에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신베트의 수장인 로넨 바르는 녹음을 통해 "우린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 튀르키예, 카타르 어느 곳에서든 하마스를 제거할 것이다. 몇 년이 걸린다 해도 이것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군사적 지원은 흔들림이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해 중동과 이스라엘 주변의 많은 국가의 반발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은 군사적 위협을 통해 이번 사태가 중동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이라크, 예멘, 튀르키예, 레바논, 이란의 상황과 동향을 보면서 미국에게 경고를 보내는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Can US Threats Prevent a Wider War in the Middle East?


중동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지역 전쟁으로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에도 미국은 ‘억제 수단’으로 두 대의 항공모함 전투군, 해병 원정부대 및 1,200명의 추가 부대를 중동으로 파견했다. 쉽게 말해 미국은 팔레스타인을 방어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려는 중동 나라가 있으면 그 어떤 나라라도 공격하겠다고 위협해서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계속할 수 있게 면책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 대량 학살을 멈추지 않는다면 미국이 아무리 위협해도 다른 국가들의 개입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레바논에서 시리아, 예멘, 이라크, 이란에 이르기까지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엄청나다. 심지어 알제리는 11월 1일 의회의 만장일치 투표로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동 국가와 국민은 이미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을 가자지구 학살의 당사자로 보고 있다.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행동은 이스라엘 측의 확전으로 간주될 것이며, 확전을 억제하기보다는 추가 확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이라크

미국은 이라크에서 이런 상황에 벌써 부닥쳤다. 이라크가 미군 철수를 수년간 요구했지만, 미군은 최소 2,500명의 미군을 알바르주 서부의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이라크 쿠르드 지방 아르빌 북쪽의 알하리르 공군기지, 그리고 아르빌 공항의 또 다른 작은 기지에 남겨두고 있다. 또한 자문을 제공한다며 바그다드 인근에는 미군을 포함한 수백 명의 나토 이라크 임무단(NMI)이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

이렇게 이라크에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주로 시아파 민병대로 구성된 이라크 민중동원군(PMF)와 저강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아사이브 알 알하크 등의 무장단체는 이란과 연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에 대한 공격을 삼가달라는 이란의 요청을 자주 무시하곤 했다. 이 단체들은 솔레이마니 장군의 후임인 이란 구드스 군 지도자 에스마일 카니 장군을 덜 존경하지 때문에 2020년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후 이라크 민병대에 대한 이란의 통제력이 많이 줄었다.

미국과 이라크 무장단체가 1년간 휴전을 이어갔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둘 간의 무력 충돌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일부 민병대는 ‘이라크 이슬람 저항군’으로 이름을 바꾸고 10월 17일부터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 기지를 30번 이상씩 공격했고, 미국은 시리아에 있는 이라크 민병대를 3차례 폭격했다.

이후 미국은 11월 21일 이라크 안바르 주와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카타브 헤즈볼라 기지 두 군데를 공습해 최소 9명의 민병대원을 죽였다. 이라크 정부는 격분해 “우리는 이란 정부도 모르게 자행된 미국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노골적인 주권 침해이자 이라크의 안보를 흔들려는 시도다. 이번 사건은 다이시(IS, 이슬람국가) 격퇴하는 연합군의 임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일방적인 행동을 멈추고 이라크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의 우려대로 이라크 이슬람 저항군은 11월 22일과 23일에 알하리르 공군기지를 여러 차례 공격하며 대응했다. 이들은 여러 대의 드론으로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 공항의 미군 기지도 공격했고, 시리아의 동맹 세력은 시리아 북동부 국경에 있는 미군기지 두 곳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거나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 말고는 미국이 이런 공격을 막을 결정적인 조치가 없다. 따라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계속되는 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폭력 수위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항하는 또 다른 강력하고 경험이 풍부한 군사 세력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다. 11월 14일 예멘 후티 정부의 지도자 압둘 말렉 알후티는 자기 군대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싸울 수 있도록 주변 국가에 통로를 열어달라고 이미 요청한 상태다. 후티 정보부 차관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에 들어갈 수 있는 길만 있다면 이스라엘과 주저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용감하고 강인하며 훈련과 전투 경험이 풍부한 수십만 명의 전사가 있다. 그들의 인생의 꿈은 시온주의자와 미국과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길을 열어주지 않는 한 수십만 명의 예멘군을 가자지구로 이동시키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다. 이란이나 다른 동맹국이 소수의 병력을 항공 또는 해상으로 이동시켜 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후티 반군은 수년 동안 사우디 주도의 침략자와 비대칭 전쟁을 벌여왔고, 이스라엘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와 전술을 개발해왔다. 알후티의 성명 직후 홍해의 예멘군은 이스라엘 억만장자 아브라함 웅가르가 소유의 배를 납치해 예멘의 한 항구에 억류시켰다. 후티 반군은 또한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했다. 미국의 많은 의원은 후티 반군을 단순히 이란의 꼭두각시로 묘사하려 하지만, 사실 후티 반군은 중동의 다른 국가나 세력이 통제하지 못하는 독립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세력이다.

튀르키예

심지어 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조차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 때문에 가자지구에 대해 방관자로 남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을 학살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대량 학살에 해당한다고 말한 최초의 국제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튀르키예 시민 단체들은 2010년 이스라엘이 봉쇄를 뚫고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전달하려던 터키 선박을 나포하면서 37개국의 구호 활동가 10명을 살해하고 약 30명을 다치게 했던 ‘마비 마르마라호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 하더라도 구호물자를 반드시 보내야 한다며 인도주의적 가자지구 지원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한편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에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10월 7일부터 매일 총격전을 벌여 레바논 전투원 97명과 민간인 15명, 이스라엘 군인 9명과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 약 4만6000명의 레바논인과 6만5000명의 이스라엘인이 이 지역에서 피난을 떠났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11월 11일 “웅리가 가자지구에서 하는 일을 베이루트에서도 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잔인한 학살을 이미 재개했다. 이스라엘이 10월 7일 이후 이미 237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한 서안지구까지 학살을 확대할 경우 헤즈볼라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 11월 3일 연설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을 보류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모든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이스라엘이 11월 23일 휴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이란 외무장관 호세인 아미랍둘라히안은 카타르에서 레바논 관리들과 회담을 가진후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만났다. 이후 아미랍돌라히안은 성명을 통해 “휴전이 지속돼야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저항세력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계속된다면 더 강경하고 복잡한 저항 시나리오가 실행될 것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아미랍돌라히안은 이미 10월 16일에 “저항세력의 지도자들은 시온주의자 정권이 가자지구에서 원하는 대로 하고 다른 저항 전선으로 이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이란과 그 동맹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권을 전복할 때까지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고, 이후 레바논이나 다른 이웃 국가까지 공격할 의도가 있다고 믿는다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그리고 그 동맹국을 하나씩 공격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당장 더 큰 전쟁을 벌여 이스라엘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싸우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오판하는 미국

그러나 미국은 귀를 닫고 있다. 비극이다. 바이든은 하마스 제거가 ‘정당한 목표’라며 휴전 이후 가자지구 파괴를 재개한 이스라엘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조건적인 지원과 끝없는 무기 공급은 이미 수십 년 동안 미국 때문에 전쟁에 휘말리며 산산조각이 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지역의 중심부에 통제 불가능한 대량 학살 세력을 만들었을 뿐이다. 미국의 지지와 지원으로 이스라엘은 자국이나 이웃 국가의 국경도 인정하지 않고 영토적 야망과 전쟁 범죄에 대한 모든 금기를 무시하는 국가가 돼버렸다.

이스라엘의 행동이 더 큰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미국은 자기편으로 전쟁에 뛰어들 동맹국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중동의 지역 분쟁을 피하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지원 때문에 미국의 평판은 중동뿐만 아니라 그 밖의 지역에서도 이미 크게 손상됐다. 미국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의 패배가 가져온 것보다 더 큰 고립과 무기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는 아직 이런 운명을 피할 기회가 있다. 미국이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주장하면 된다. 이스라엘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국이 무기 공급, 군사적 원조 및 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외교적 지원을 즉각적으로 중단하면 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중단시키고 지역 전쟁을 막으며, 여러 국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을 협상할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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