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커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 곳에 팔 벌린 예수상은 무슨 의미일까. 이 음반이 쓰레기 같은 현실과 무기력한 종교에 대한 이야기라는 예고일까. 그런데 키치적이거나 핍진하게 느껴지는 음반 표지 이미지를 보고 의아해하다가 음반을 뒤집는 순간 누구든 잠시 숨이 멎을지 모른다. 풍선을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어떤 이야기를 읽어내는지는 사람마다 분명 다르겠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완벽하게 멈춰 세우기는 불가능할 거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의 상상력은 그렇게 현실에 사로잡혔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른 두 장의 음반 표지가 내포한 메타포와 ‘미래의 고향’이라는 음반 제목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이 음반의 이야기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흔하게 들어왔던 한국 대중음악의 상투적인 이야기 방식과 잠시 결별해야 한다. 이 음반 [미래의 고향]의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흐르지 않는다. 고향이라는 장소 역시 추억과 그리움의 산실만이 아니다.
이민휘가 이 음반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방식, 과거를 잃고 지우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방식과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 태도에 대한 복기와 위령이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개발과 근대화 과정에서 과거를 송두리째 내다 버렸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벌어진 각종 사건 사고의 기억조차 순식간에 지우기 일쑤다. 한국 사회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과거는 덮고, 그 위에 급조한 선진국과 레트로의 트렌드를 쌓기 급급하다. 모래성 같은 세상에는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넘쳐 난다.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세상에서 누구도 제대로 들을 리 없다.
싱어송라이터 이민휘는 이 음반에서 영매처럼 빙의해 세상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그 시간을 떠돌며 사라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주해 불러낸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복되는 시간을 토해낸다. 정태춘과 박은옥이 1998년에 발표한 음반 [정동진/건너간다]의 수록곡 ‘건너간다’에서 “아무도 서로 쳐다보지 않고, 그저 창 밖만 바라볼 뿐 / 흔들리는 대로 눈 감고 / 라디오 소리에도 귀 막고 / 아, 검은 물결 강을 건너 /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 / 깊은 잠에 빠진 제복의 아이들 / 그들도 태우고 건넌다”라고 노래하면서 1990년대를 기록했다면 이민휘는 그보다 오래 전의 사람들까지 불러오며 2023년의 노래를 잇는다.
사이키델릭하고 주술적인 노래와 사운드, 그래서 리얼하게 들리지 않는 음악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미래를 지금 살아가는 과정이거나, 돌아오는 시간 속의 사람들을 맞이하는 시간처럼 비현실적으로 밀려온다. 그 시간은 이제는 괜찮은 줄 알았던 이들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시간이고, 그들의 존재를 마주하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오래 전에 도망쳤다고 생각했지만 조금도 도망치지 못했다고 알게 되는 시간이다. 그렇게 외면하고 도망친 우리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시간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는 무엇들을 잘못했나요 / 우리는 어디서 왔나요”라는 질문으로 답하지 않은 우리가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다.
Minhwi Lee(이민휘) - Hometown to Come(미래의 고향)
이민휘의 음반은 이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유령 같은 사람들을 불러오고 질문을 던진다. 매섭거나 날카롭지 않은 질문이고, 나지막하고 쓸쓸한 질문이지만 도무지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내 얼굴이 없는 세상을 마주하게 하는 노래. 갈 곳이 없는 우리를 인정하게 하고, 위로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어떤 예술가는 이런 방식으로 시대를 노래한다. 이민휘의 증언이고, 이민휘가 싸우는 방식이며, 이민휘가 위무하는 굿판이다. 세상의 모든 창작물이 다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겠지만 이 음반에 담은 태도와 질문이 없는 세상에서는 단 하루도 살고 싶지 않다. 이민휘는 이 이야기를 대부분 완성해냈다. 노래를 쓰고 만들고 연주하고 부른 이민휘는 누구와도 동일하지 않은 노래, 처연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직조해 심금을 울린다. 상투적인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이 음반은 올해 한국의 포크 신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집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노래가 히트하거나 화제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것은 이민휘의 잘못이 아니다. 세상의 벽을 예술가 한 사람이 무너뜨리거나 돌파하기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좋은 편과 나쁜 편이 명확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자신이 좋은 편의 일원이라고 믿을 뿐 나쁜 편의 일원일 거라거나, 그 구분 자체가 틀렸을 거라는 의심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명쾌한 판단으로부터 비켜선 음반을 귀 기울여 듣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 올 수 있을까. 나도 노래가 세상을 바꾼다고 선뜻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