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의 주장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 원장은 지난 4일 발간된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글을 실으며 ‘소아과 오픈런’의 원인을 ‘젊은 엄마들의 브런치 타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시설과 인력의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고 편견 가득한 삐뚤어진 시선만 드러내는 황당한 소리다.
같은 글에서 우 원장은 “소아과 오픈런은 저출산으로 소아 인구가 감소하면서 소아과 의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소아 인구가 줄어서 소아과가 북적인다는 진단은 황당하다. 이와 같은 주장대로라면 ‘오픈런’을 해야 할 만큼 병원 진료 받기 힘들 정도로 병원이 희소하고 문턱이 높아야 의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데, 지금과 같은 소아과 부족 사태가 생기기 전에도 병원은 잘만 운영 돼왔다는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
우 원장의 주장대로 오전 시간에 진료가 더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브런치’ 때문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른 아침 진료를 희망하는 부모의 사정은 다양하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생업과 바쁜 일과 와중에 그나마 자녀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는 시간이 아침 시간뿐인 사람들이 다수였을 것이다. 우 원장의 주장처럼 브런치냐 오후 진료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처지의 부모라면 오히려 한가한 시간에 대기 시간 없이 여유로운 병원 진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우 원장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의대 증원 반대였다. 우 원장은 “소아과 동네 의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요구에는 귀를 닫고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의대 증원, 지방 국립대 육성과 같은 한가한 대책만 내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만약 정부가 소아과에 재정지원을 해 주면 소아과를 택하는 의사 수가 조금 늘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선호 진료과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의사 수가 태부족인데 부족한 과목마다 재정지원을 해 줄 수도 없고, 해 준다 한들 그쪽에 몰리는 만큼 다른 쪽은 더 부족해지는 정책일 뿐이다.
소아과뿐만이 아니다. 응급실도, 외과도 이미 위기다. 문제는 지금 의사 수급 위기가 심각한 진료과목일수록 ‘필수’ 의료분야라는 점이다. 지방은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의사를 구하지 못해서 있는 시설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 와중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의대 증원을 한다고 의협의 주장처럼 의사들에 대한 처우가 눈에 띄게 후퇴할 것 같지도 않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그것은 별도로 논의할 문제이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지금의 의료 붕괴 위기와 함께 저울질할 문제는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