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쿠팡 ‘택배 수수료 삭감’은 노동 착취...즉각 철회해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배송 수수료 삭감을 추진하자 택배 노동자들은 이를 "노동착취"라고 비판하면서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CLS가 전국 400여개 대리점을 상대로 건당 100∼250원에 달하는 수수료 삭감안을 제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쿠팡CLS는 최근 택배 영업점에 ‘2024년 단가 조정 협의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내 로켓배송 단가를 삭감하는 내용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삭감 폭은 10~30% 선이다. 기존 로켓배송 단가가 건당 900원이었다면 최대 250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에 택배 영업점은 쿠팡CLS로로부터 받은 배송비에 수수료를 차감한 뒤 택배 기사들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의 실제 수입은 더 줄어들게 된다. 쿠팡CLS와 단가 협상이 마무리된 일부 영업점은 소속 택배 기사들에게 삭감 방침을 통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월급이 60~150만원이나 삭감되는 것"이라며 "전형적인 원청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원청이 하청회사에 계약기간 중에 수수료와 같은 계약의 핵심 사항을 불리하게 변경하면, 하청회사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이 원청 수수료를 삭감하면 대리점은 당연히 그 액수만큼 택배기사들에게 급여 삭감을 요구하게 된다"면서 "이럴 경우, 택배기사들은 자신의 급여에 대한 아무런 교섭도 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자신의 급여를 삭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택배노조는 수수료 삭감이 단순한 임금 삭감 효과뿐 아니라 노동조건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배송 단가를 낮추면 택배노동자들은 더 많이 배송하여 수입 감소분을 메우려 하게 되고, 이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지금도 다회전 배송, 새벽배송으로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숨이 턱에 차 있는 상황에서 집단 과로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이 같은 쿠팡CLS의 행위가 생활물류법과 대리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생활물류법에 기초한 표준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중 임금 등을 삭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대리점법에도 대리점에 불이익하게 거래조건을 변경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은 법 위에 군림하는 무법의 절대반지라도 갖고 있는 것이냐. 이를 관리감독할 노동부와 국토부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택배노조는 쿠팡CLS의 수수료 삭감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회사가 망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데 월 수입이 100만원이 날아가는 상황을 우리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면서 "쿠팡은 택배노동자의 수입을 매년 빼앗아 영업이익을 늘리려는 노동착취 행태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쿠팡CLS 측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비율 등 노선 특성을 고려하여 영업점과 협의하여 노선별 수수료가 정해진다"면서 "노선 특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노선은 수수료가 인상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또 "CLS 영업점 소속 퀵플렉서는 안정적인 물량이 보장됨에 따라 타 택배사 대비 높은 수입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도의 연간 수입도 올해 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쿠팡이 제시한 삭감안을 보면 아파트 배송 수수료는 100∼250원 삭감이고, 지번(단독주택·빌라)은 10∼50원 인상"이라며 "우리나라 전체 주거 중 아파트 비중이 절반을 넘는 점을 감안해도 이는 대폭 삭감안일 수밖에 없다"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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