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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오너 3세의 초고속 승진, 이게 정상인가

연말을 맞아 주요 기업의 임원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이른바 '오너 3세'들의 초고속 승진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씨를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임명했고,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씨를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앉혔다.

다른 대기업도 다를 것이 없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자산순위 100대 그룹 오너 일가 820여명 중 현직 사장단 199명 이력을 추적 조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오너 자녀'들은 평균 28.9세에 입사해 5.4년 후인 34.3세에 임원으로 승진하고 7.8년 후인 42.1세에 사장에 올랐다고 한다. 오너 일가들의 임원 승진 속도는 3~4세로 갈수록 더 일찍 입사해 더 빨리 승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오너 3·4세들이 대기업에 입사해 초고속으로 승진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핏줄' 때문이다. 이들이 다른 임직원들에 비해 훨씬 더 능력이 있다거나 자질이 뛰어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이처럼 부모가 대주주이거나 경영진이라는 이유로 입사와 승진에 특혜를 받는 건 정당하지 않다.

불과 2주 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인의 자녀를 잘 봐달라고 인사부에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엔 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지금 주요 대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너 3·4'세의 입사와 승진 잔치와 비교한다면 함 회장이 억울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재벌총수나 '오너'라고 불리는 이들의 실제 지위는 주요 대주주나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취업시키고,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건 당연히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오너 3·4세'의 임원 승진을 놓고 "경영수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이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 어느 누가 '수업'을 위해서 회사를 다니며, 어떤 회사가 직원의 '수업'을 위해 고액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말인가.

한국 재벌들의 낙후한 세습 경영은 온갖 불법과 비리로 점철되어 왔다. 그렇게 감옥을 들락대면서도 배운 것이 없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회사는 대주주나 경영자의 재산이 아니다. 자녀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야 세금만 제대로 내면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 것도 아닌 '회사를 물려주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이를 뻔히 지켜보면서 문제로 삼기는커녕, '신사업 주도', '승계작업 본격화' 따위의 제목으로 아부성 기사만 남발하고 있는 언론도 제정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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