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넘은 ‘집게손’ 억지 주장...“남녀 떠나 작품검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

국회에 입장문 보낸 피해 당사자 “더 이상 논리 맞지 않는 소수 악성 민원에 귀 기울이지 않길”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긴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12.08. ⓒ뉴시스

남초 커뮤니티의 혐오 몰이로 촉발한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 피해 당사자가 8일 “제가 작업하지 않은 그림, 제가 입사하기도 전 그림에서 혐오 표현을 발굴해 내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집게손가락 논란으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스튜디오 뿌리’ 소속 애니메이터 A 씨는 “작업물로 누군가를 조롱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조롱한 적도 없다”며 이날 국회에 입장문을 보냈다. 그는 “지금도 실체 하지 않는 혐오 표현을 수정하느라 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 더 이상 논리에 맞지 않는 소수의 악성 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 속에 0.1초 등장한 집게손가락을 두고, 일부 남성 커뮤니티 중심으로 “남성혐오의 상징”이라는 주장이 일었다. A 씨는 악성 이용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됐다. 넥슨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애니메이터의 ‘의도성’을 추궁하는 발언이 이어졌고, 공격의 수위는 이미 선을 넘었다.

이날 국회에서는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문제의식을 다룬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이 자리에서 A 씨의 글을 대독했다.

“넥슨 사상검증, 이용자 불만에서 시작...SNS 털어가며 꿰맞춰”

논란의 시작은 커뮤니티의 소수 의견이었지만, 게임업계는 발 빠르게 반응했다. 넥슨은 공격의 표적이 된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남성혐오” 주장에 동조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하청업체인 ‘스튜디오 뿌리’ 측에도 사과를 압박했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넥슨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이용자들의 단순한 불만으로 시작됐다. 캡처하기 어려운 장면의 손 모양을 남성혐오 표현이라 주장하고, 직원의 과거 SNS 계정까지 털어가며 ‘페미가 묻었음’을 꿰맞췄다”며 “회사는 높은 수위로 창작자를 비판하며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조직국장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피해자는 여성 노동자만이 아니게 됐다. 실제 이 작품을 제작했던 남성 노동자와 하청업체가 결국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 것”이라며 “수많은 회사와 창작물을 만드는 하청업체들은 남녀를 떠나 모두가 자신의 작품을 다시 한번 검열하기 시작했다. 이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데 과연 K-콘텐츠 산업이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고용주가 노동자의 신념, 자유의지, 정체성까지도 통제하고 있다”며 “게임업계는 지금이라도 ‘소비자의 정당한 의견’이라는 외피를 둘러싼 페미니즘 백래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활동가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 게임업계 안에서 페미니즘 백래시가 용인되는 경험이 점점 쌓이고 있고, 그 수위가 세지고 있다. 온라인상 혐오가 마치 놀이처럼 계속될 때 오프라인에서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게임 커뮤니티 내 뿌리 깊은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동조하는 게임사의 행보는 여성 유저들의 대거 이탈을 이끌어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22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수치를 인용해 여성의 게임 이용률(73.4%)과 남성의 게임 이용률(75.3%)이 대등한 점을 언급, “여성 소비자들은 여전히 게임 문화에서 배제당하고 있다”며 “게임업계 사상검증과 마녀사냥은 여성 노동자, 여성 소비자와 그들의 인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초래하며, 산업 전반의 다양성과 창의성까지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2차 가해 발언도 문제...“아직 사과하지 않아”

집게손가락 ‘의도성’ 음모론에 말을 보탠 국민의힘 허은아,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2차 가해성 발언과 정치권의 ‘선택적 침묵’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특별점검이 형식적인 조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당부,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대한 요구 또한 이어졌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남성혐오’라며 특정 커뮤니티에서 누군가를 괴롭히던 문화를 그대로 받아서 키운 건 정치권이다. 제도적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공적 발언을 통해 사이버 불링에 동조했다”며 “정치인이 앞장서서 가짜뉴스를 퍼트려서는 안 된다. 사실관계가 바로 잡힌 뒤에도 그 정치인은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의원도 “이런 일을 조장하고 편승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동력을 획득하는 정치인, 또는 이런 일에 침묵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동력을 잃지 않으려는 정치인은 민주국가의 정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게임업계의 사상검증, 괴롭힘, 혐오 등에 대응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함께 약속했다.

나아가 넥슨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해야 할 대상은 노동자가 아닌 근거 없이 괴롭힘을 행하는 “가해자”라는 점이 부각됐다. 류하경 변호사는 이번 마녀사냥에 따른 노동권 침해 문제를 짚으며 “물리적 사실만을 들어서, 집게손가락 표시 및 관련 노동자를 비난하는 외부 여론이 있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사용자가 관련 노동자에게 불이익처분을 하는 것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사용자(넥슨)가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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