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통일운동가 최재영 목사가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선물하자 김 여사가 “어휴, 자꾸 이런 걸···, 이제 정말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는 영상을 보고 머리에 떠오른 시답잖은 농담 한 가지.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퀴즈를 냈다. “선물을 받았을 때 여러분이 해야 하는 말은 뭘까요? 다섯 글자이고 맨 끝이 ‘다’로 끝나요.”
첫 번째 아이의 답. “감사합니다.” 두 번째 아이의 답. “고맙습니다.” 매우 창의적인 세 번째 아이의 답. “뭘 이런 걸 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가관이다. 입만 열면 법치 따지는 대통령실은 이 중대한 뇌물 사건에 아예 입을 닫는다.
질문 하나에 답변 십여 개로 받아치는 말빨을 자랑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언론에 상세한 보도가 안 나왔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모른다”며 발뺌이다. 상세한 보도가 안 나왔다고? 내가 본 그 수많은 보도는 뭔가? 열라 상세하던데?
이른바 뭉개기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 같은데 웃기는 이야기다. 이게 그런다고 뭉개고 넘어갈 수 있을 성 싶은가? 한국은 집권자의 뇌물 스캔들을 그러려니 넘어가주는 후진 사회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전략이 뭉개기라면, 그는 한국 사회를 너무 얕잡아보고 있다.
우월전략과 뇌물의 위험성
김 여사에게 전달된 명품백은 명백히 뇌물이다. 그리고 선진사회일수록 이런 뇌물 스캔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후유증이 너무 클 뿐더러 이후 사회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뇌물이 왜 기승을 부리는가? 경제학 게임이론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렇다. 김건희 여사 앞에 A와 B 단 두 사람이 있다 치자. 이 두 사람은 김 여사에게 뇌물을 쓸까 말까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때 A는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한다. 상대인 B가 김 여사에게 뇌물을 쓰느냐 마느냐가 바로 그 두 가지 상황이다.
첫째, 상대인 B가 뇌물을 썼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A가 뇌물을 안 쓰면 B만 이익을 얻고 A는 불이익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걸 막기 위한 A의 선택은 하나다. 똑같이 김 여사에게 뇌물을 써서 불이익을 막는 것이다.
둘째, 상대인 B가 뇌물을 안 썼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A도 양심적으로 뇌물을 안 쓰면 그냥 공정한 경쟁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때 A가 마음을 바꿔 김 여사에게 뇌물을 쓰면 A가 이익을 얻는다. 이럴 때에도 당연히 A는 뇌물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무슨 말이냐? A는 B가 뇌물을 쓰건 안 쓰건 무조건 뇌물을 쓰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이것을 게임이론에서는 우월전략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B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점이다. B 역시 뇌물을 쓰는 게 우월전략이다. 그래서 이런 선택의 상황이 되면 A와 B 모두 김 여사에게 뇌물을 쓴다. 이게 바로 뇌물이 통용되는 사회의 무서운 점이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김건희 여사는 절대 저 명품백을 그 목사로부터만 받은 게 아니다. 그렇게 보기에는 뇌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 이 말은 김건희 여사에게 줄을 대려는 A뿐 아니라 B도 뇌물을 줬음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어디 B뿐이랴? C도, D도, E도, F도··· 모두 뇌물을 준 것이 확실하다. 그게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우월전략의 확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시 김 여사 앞에 A와 B 둘만 있는 상황을 가정하자. 첫 번째 판에서 A와 B는 모두 우월전략을 구사해 명품백이건 향수건 김 여사에게 날름 바쳤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양쪽 다 뇌물을 구사했기 때문에 양쪽 다 뇌물을 구사하지 않은 것과 똑같은 상황이 된다. 즉, 기껏 뇌물을 썼는데도 공정한 경쟁 상황이 다시 벌어졌다는 이야기다.
이러면 판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 공정 경쟁 상황에서 A와 B는 또 다시 김 여사에게 추가 뇌물을 줄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A와 B 모두 추가 뇌물을 주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그러면 A와 B 모두 다시 김 여사에게 뇌물을 바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 이론에서 우리가 또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김 여사에게 뇌물을 준 사람은 절대 한 번만 준 게 아니라는 뜻이다.
최 목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전했을 때 김 여사가 “어휴, 자꾸 이런 걸”이라고 답한 대목이 바로 그 증거다. 여기서 핵심은 ‘자꾸’다. 이게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상황이 반복될수록 뇌물의 액수는 당연히 더 커진다. 그게 바로 게임이론이 가르쳐주는 우월전략의 무서운 점이다.
이런 사태를 막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뇌물은 범죄다. 그 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만약 이번 사태가 별다른 처벌 없이 마무리된다고 가정해보라.
와, 쟤도 뇌물을 줬어? 그럼 나도 줘야겠네? 이렇게 생각하는 B부터 Z까지 오만 날파리들이 김 여사 앞에서 알짱댈 것이다. 아니, 이미 이런 사태는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날파리들은 새로운 우월전략을 위해 더 많은 뇌물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았더니 진짜 나라가 멍멍이판이 되고 있다. 뇌물은 단호한 단죄만이 막을 수 있다. 대통령이 이걸 뭉개고 넘어간다고? 이걸 뭉개주면 한국 사회는 이제 뇌물이 우월전략으로 판을 치는 후진 사회로 퇴보할 것이다. 결단코 이 사건을 좌시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