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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최악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의석과 정당 득표에 맞춰 연동한다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변경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행제도를 병립형으로 되돌리지 않을 경우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도 자신들이 4년 전에 설계한 제도를 바꾸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대선공약을 뒤집고 병립형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선거제도를 바꾸려면 여야가 다시 합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퇴행으로 가는 방향을 잡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병립형과 권역별의 조합이 그것이다. 이 경우는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인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가 담을 방법을 아예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른 무엇보다 이것만은 선택지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검토하고 있는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으로 3등분한 뒤 지역별 정당 득표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권역별로 최소 7% 이상 정당 득표를 해야 1석 이상을 얻는 등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당선이 크게 제한된다. 게다가 청년, 장애인, 이주민, 직능대표 등 정당 안에서조차 소수파의 정치 진입 유인이 약화되고 지역 유력정치인들의 입김이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구경북과 충청,강원을 하나로 묶는다거나 호남과 부울경을 하나로 묶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이 제도의 최대 명분인 ‘지역주의 극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사실 이 제도는 지역 맹주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잊힐 만하면 또 제기되곤 했던 방식이다.  정치적 효과도, 명분도 약한 이 제도가 현실 문제로 갑자기 부각된 건 민주당 주류인 친명계의 기묘한 명분론 덕분이다. 국민의힘의 주장을 따라 병립형으로 되돌아갈 경우 과거로 돌아간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니 ‘권역별’ 선거제도를 이번에 도입해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권역별+병립형’ 어디에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명분이 없다. 민주당이 현행 제도로는 위성정당을 막을 수도 없고 스스로 위성정당을 만들 수도 없다고 판단한다면 현행제도 아래에서 범진보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단순 퇴행인 병립형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넘어 최악의 조합인 ‘권역별+병립형’이라는 선택은 반드시 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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