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15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극자외선(EUV)노광장비 생산기업인 ASML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진 후에는 공동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뤼터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다.
대통령실은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이 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동행한다는 것이다. 또 네덜란드 국빈 방문이 1961년 수교 이후 처음이며,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리더잘을 방문하고 이준 열사 기념관도 찾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을 포함해 윤 대통령의 잦은 해외 방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당장 대통령실이 내세우고 있는 '반도체 동맹'은 이미 민간 기업들 사이에서 추진되어 온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네덜란드 ASML의 경우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라 중국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이미 높아진 상태라는 뜻이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11년 전에 이미 ASML 지분 3%를 매입하는 등 관계를 다져왔다. 윤 대통령이 꼭 마무리해야 할 현안이 없는 셈이다.
외교적 의미도 거의 없다. 뤼터 총리는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현재는 권력 이양을 준비하는 처지다. 지난달 열린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성향의 자유당이 승리해 내년 1월에는 새로운 총리가 취임한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게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고, EU 탈퇴를 주장하는 등 '네덜란드의 트럼프'라고 불려온 인물이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명목상의 국가 원수에 불과하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방문해 얻을 외교, 정치적 이익도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대통령이 여러 나라를 찾아 국익을 도모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이미 계획된 국빈 방문을 취소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해외 방문에 비판 여론이 높아진 건 국익을 위한 치밀한 전략 없이 그저 의전 위주의 방문만 반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네덜란드 방문도 '국빈'이라는 의전을 빼고 나면 별것이 없다. 이런 외교가 반복되어 받은 성적표가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나온 '119 : 29'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