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중대재해처벌법 후퇴 말아야

정부여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2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이 준비가 안 됐다’는 게 주된 논리다. 법을 통과시키면서 기업에 준비하라고 3년의 유예기간을 줬는데, 2년을 더 유예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협상의 여지’를 주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법이 제정될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3년 유예가 삽입되면서 상당한 비판이 일었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의 80%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3년 유예 기간에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승인된 산업재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1843명으로 전체의 80.4%로 나타났다. 그런데 앞으로 2년간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해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는 법률의 부칙으로 정하고 있다. 때문에 적용유예를 2년 연장하려면 시행령처럼 국무회의 의결로 할 수 없고,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정부가 아무리 추진하려고 해도 유예는 불가능하다.

12일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로 구성된 이른바 ‘2+2협의체’가 12일 첫 회의를 갖고 20개 민생법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이 테이블에 여당이 우선 처리법안으로 내세운 10개 법안 중 첫 번째가 적용 유예 2년 연장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다. 이 회의는 양당이 가져온 법안 목록을 살펴본 수준이라지만 여당이 내세운 법안 첫머리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는만큼 논의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2년 유예 추진에 ‘협상의 여지’를 내비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부의 공식사과와 2년간 산업 현장의 안전을 위한 계획, 2년 뒤 모든 기업에 시행한다는 경제단체의 확실한 약속을 전제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여당이 몇 가지 ‘말’을 해주면 중대재해처벌법 후퇴에 동조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故김용균씨 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의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8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이런 노동자의 억울한 희생을 보고도 못 본 척할 것입니까?” 이 말은 재판 결과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후퇴에 동조한다면 자신을 향한 말이 된다는 것을 민주당도 알 것이다. 민주당이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법안, 그것도 제대로 적용되지도 않은 법안을 흥정대상에 올린다면 과연 당의 방향이 ‘노동존중’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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