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 북부를 초토화한 이스라엘이 가자 남부지역에 대한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하순 7일간의 휴전을 통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105명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240명을 맞교환했지만 이달 들어 휴전 연장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중재에 나선 카타르에서 곧바로 이스라엘의 대표단이 철수하면서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후 이스라엘은 남부 지역에 대한 폭격과 지상작전을 재개했고,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병원과 학교, 유엔 관련기관을 포함한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은 물론이다. 이스라엘군 사상자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현지 언론 보도 등을 감안하면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중해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하마스의 땅굴을 무력화하겠다는 계획도 실행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가자지구의 지하수가 오염되어 이 지역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여론은 더욱 차가워졌다. 유엔은 12일 긴급총회를 열고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53표, 반대 10표, 기권 23표로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10월 7일 일어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비난도 빠졌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분명하게 표현된 셈이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뒷배라고 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날 "이스라엘이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행동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유엔 총회와 달리 구속력이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휴전 결의안에 대해 홀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군사지원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무기수출통제법상 긴급 조항을 활용해 의회 승인 없이 이스라엘에 탱크 포탄 1만3천발을 수출하기로 했고, 143억달러(19조원)에 달하는 지원예산을 의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미국의 이중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가자에서의 학살은 계속될 것이다. 학살이 이어지면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도 더 깊숙이 개입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단기적 이익에도 배치된다. 이스라엘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증오가 미국마저 삼키지 않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