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 경쟁 참패를 국회 차원에서 되짚어볼 기회였던 현안질의가 정부여당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대통령실부터 정부 부처, 여당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의 궁금함을 못 들은 척하는 태도가 유치 실패만큼 실망스럽다.
국회 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특위(엑스포 특위)는 13일 회의를 열어 현안질의를 하려 했으나 유치위원회, 외교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부산시 등의 주요 관계자가 모두 불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회의를 보이콧했다. 정부여당은 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결국 다 지나간 일을 뭐하러 들추냐는 태도다. 특위 여당 간사인 안병길 의원은 “특위 목적은 유치를 지원하는 것인데, 엑스포 불발로 임무는 다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119대29’라는 참담한 결과를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는가.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보름이 되도록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참패 직후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두루뭉술한 대국민사과로 다 덮겠다는 것인가.
국민의 의문은 상식적이다. 왜 대통령과 정부가 표결 직전까지 ‘2차 투표에서 대역전극’ 운운했는지, 정보 파악이 잘못돤 것인지 국민을 속인 것인지, 투입된 예산은 어떻게 쓰였는지, 홍보전과 최종 PT는 왜 조악한 수준이었는지 등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 어느 기관이 어떤 책임이 있는지 설명돼야 한다. 국제행사 유치와 그에 따른 경제적·외교적 효과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차피 많은 국민이 정부의 선전이 다소 과장됐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나오면서 이제는 정부의 어떤 말도 믿기 어렵게 됐다. 정부에 대한 총체적 신뢰 붕괴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코피 투혼’과 ‘기네스북 외교’ 운운하며 엑스포 성과를 윤 대통령 치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대통령의 외교가 유치 실패의 요인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윤 대통령의 알맹이 없는 사과로 정부여당이 다 끝났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사과가 정략적이라는 의심마저 부추긴다. 야당과 언론의 지적을 정치공세로 간주하는 것은 같은 의문을 가진 국민을 백안시하는 오만함이다. 그럴 일이 없었겠지만, 유치에 성공했다면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엑스포를 자기 성과라고 요란을 떨었을 터이다. 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유치 과정과 문제점, 원인, 대책 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국회는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에 맞게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고,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조사를 포함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