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기현 당 대표 물러난다고 바뀔 것 있을까

낮은 당 지지율과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등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물러났다. 대표로 선출된 지 9개월 만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완강하게 사퇴를 거부해왔다. 이번에 사퇴를 발표하면서도 차기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당 대표를 물러나는 대신 울산의 지역구에서 5선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질 위치인지는 의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이준석 전 대표를 힘으로 몰아낸 윤 대통령은 이어진 전당대회에서도 김 대표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윤핵관 중의 윤핵관이라고 불리던 장제원 의원이 '김·장연대'라는 이름으로 힘을 실었고, 유력한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실까지 나선 집중포화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에 대표직 사퇴의 핵심 계기가 되었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김 대표는 김태우 후보를 공천해 큰 표 차로 패배했다. 애초 무공천을 검토하던 당 지도부가 김 후보를 공천한 것은 대법원 유죄 판결 직후 그를 사면한 윤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국회에서 동의를 받지 못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경우처럼 윤 대통령의 무리한 인사가 이어질 때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 한마디의 의견도 제시하지 못한 채 들러리를 섰다. 이처럼 김 대표는 '대리인'의 직무에 충실했으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또다시 대통령을 대신해 굴욕을 감수하게 된 꼴이다.

김 대표가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상'한 '대책'을 추진할 리더십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모두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나아가 친윤 핵심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영남 중진이 험지에 출마한다고 해도 그 자리를 메우는 건 역시 대통령의 사람들이 될 것이 뻔하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는 윤 대통령을 견제하거나 대체할 어떤 세력도 비전도 인물도 없다. 그러니 당 대표가 물러난다고 바뀔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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