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에서 198개국은 예정됐던 폐막 일정마저 하루 늦추어 밤샘 협상을 벌인 끝에 ‘아랍에미리트 컨센서스’를 채택했다. 여기에는 지구 온도 상승 억제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이 되기 전까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사국들은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합의문에 포함했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은 담겼지만 온실가스 증가의 원인에 해당하는 ‘화석연료’에 대해서는 공식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이다.
하지만 성과만큼 한계도 있다. 최대 관심사였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최종합의문에서 빠졌다. 당초 합의문 초안에 ‘단계적 퇴출’ 대신 ‘소비와 생산 감소’라는 문구가 들어가면서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퇴출’도 ‘감소’도 아닌 ‘전환’이라는 표현으로 합의됐다.
이런 한계는 산유국들과 여전히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큰 인도 등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COP28에 참석한 회원국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공개적으로 ‘퇴출’ 표현에 반대했다. 재생에너지 확충에 대한 목표가 기대만큼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음으로써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강력한 퇴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합의문은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부족한 점투성이인 이 합의문을 기준으로 삼아도 한국은 한참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몇 년간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를 늘려왔으니 세계적 흐름에 뒤처진 정도가 아니라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6일 아랍에미리트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은 ‘오늘의 화석상’을 수여했다. 이른바 ‘기후 악당’들에게 수여하는 불명예스러운 상이다. 한국은 오늘의 화석상을 3등으로 수상했다. 화석연료인 가스 사용 확대를 위한 한국의 ‘헌신’ 등이 수상 이유였다.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 확대 같은 논란만 부추기고 있을 뿐 실질적인 탈탄소 실천을 방기하고 있다. 어떻게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비전도 계획도 국민과 국제사회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뻔히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또 다른 논란으로 덮으며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한국이 가야할 길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후 악당의 길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