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사실 국민의힘이 누구를 비대위원장으로 정하든 선대위원장으로 정하든 필자의 관심 밖이다. 어차피 용산에서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할 것인데, 누가 자리를 맡는 들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라는 것이 안팎의 시선인 것 같다. 다만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이 된다면, 그건 좀 다른 문제이다.
법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상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장관직을 그만두고 곧바로 여당의 대표적인 위치를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게다가 미리 후임자가 지명되어 인사청문회 절차를 끝내놓은 상태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그렇게 자리를 옮기는 것은 아무리 정무직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정부조직법 32조 1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되어 있다. 국가의 법 집행과 관련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 국회의원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갑작스럽게 여당의 대표적 자리를 맡는다면, 가뜩이나 추락한 법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동훈 장관은 역대 법무부 장관 중에서 가장 많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장관이다.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을 추진했다가 좌절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국민 세금의 사용과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매우 문제 있는 언행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불법비호, 휘발, 먹칠은 어떻게?
시민단체들과 독립언론들의 노력으로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각종 불법이 드러났는데도, 한동훈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감찰하기는커녕 불법을 비호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상반기까지의 검찰 특수활동비 지출 관련 서류들이 대검찰청과 여러 일선 검찰청에서 불법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한동훈 장관은 이를 ‘원칙’이니 ‘관행’이니 하는 표현을 사용해가면서 비호해 왔다. 그는 ‘2달에 한번’ 또는 ‘한달에 한번’ 국가의 공공기록물을 불법폐기해 온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얘기했다. 그리고 그렇게 폐기하라는 것이 ‘교육자료’에 들어가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기가 막힌 일이다.
또한, 검찰 특수활동비가 기밀 수사와 무관하게 사용된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예산안에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 80억 원을 그대로 포함시켜 예산이 편성되도록 했다.
명절 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 전 몰아쓰기, 비수사부서 지급, 정기적인 나눠먹기, 공기청정기 렌탈비, 휴대폰 요금, 기념사진비용같은 지출들은 ‘기밀 수사에 직접 사용’해야 하는 특수활동비의 용도에 전혀 맞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데 한동훈 장관은 부정사용 실태를 덮고 특수활동비 예산을 온존시키려고 해 왔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예산인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3.4% 증액시키는 것으로 2024년 예산안이 편성되도록 했다.
업무추진비와 관련해서도 한동훈 장관은 엉터리 같은 발언을 했다. 검찰이 공개한 영수증의 다수가 보이지 않게 복사되었다는 지적에 대해 ‘휘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정보공개를 회피하려는 검찰을 비호했다. 법원 판결문에서는 개인식별정보만 제외하고 정보를 공개하도록 판결했는데, 음식점 상호와 결제시간을 가리고 공개한 검찰을 비호하는 발언도 했다,
한동훈 장관 자신도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나섰다. 법무부가 사용하는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음식점 상호’ 등을 먹칠하고 정보공개를 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음식점 상호’는 물론이고 ‘결제시간’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법무부는 온통 먹칠만 한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여당에 가서도 검찰 비호나 할텐가?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장관 자리를 그만두고 여당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 힘이나 한동훈 장관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한동훈 장관이 그만큼 정파적인 행태를 보여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만약 한동훈 장관이 실제로 여당의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같은 자리를 맡는다면, 그는 내년 총선을 책임지는 위치가 될 것이다. 그 자리에서도 그는 ‘불법폐기’, ‘휘발’, ‘먹칠’을 비호할 것인가? 국민세금을 엉망으로 쓰고 이를 감추기 위해 온갖 은폐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검찰을 비호할텐가? 그러고도 국민들에게 세금을 내 달라고 하고 정부와 여당을 믿어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동훈 비대위원장 또는 선대위원장이 탄생한다면, 그는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