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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개월짜리 총선용 장관, 국정엔 관심 없나

윤석열 대통령은 나랏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오직 눈앞에 총선 승리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국정운영의 중심에는 각 부처 장관들이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장관들을 총선용으로 키워서 내보내는 도구로 내각을 활용하고 있다. 17일 확인된 산업부 장관 새후보자 지명은 그중 가장 어이없는 일이다. 방문규 현 산업부 장관은 지난 9월에 취임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3개월 만에 물러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속이 너무 빤히 들여다보여서인지 변명도 없다. 대통령실은 총선용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방 장관의 퇴임은 국민의힘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청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오랜 경제관료, 대통령실 초대 국정상황실장이라는 경력을 발판 삼아 5곳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수원지역에서 여당 깃발을 꽂아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새 장관 후보자 지명발표 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방 장관이 국회에서 일하는 것이 국가 전체로 보면 이익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했는데 그야말로 한심한 말이다.

3개월 전 윤 대통령은 방 장관을 후보자로 추천하면서 “핵심 전략 산업 육성 및 규제 혁신, 수출 증진, 안정적 에너지 공급 등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렇게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사람을 이제 겨우 업무 파악하고 공무원들 눈에 익을 시간에 내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3개월 전 그의 인사청문회에 들어간 인력과 비용, 투입시간 등을 셈해보면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서 12월4일 단행된 6개 부처 개각 전체가 모두 이렇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의 3선 도전을 위해 떠난 것도 그렇다. 윤 대통령은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되어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예산안 처리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예산 문제를 국회와 상의할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는 총선용으로 빼돌리는 어이없는 행동을 보였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구, 대전, 울산 등을 돌며 보란 듯이 전국투어를 벌이고 있다. 결국 법무부도 개각 대상이라는 뜻이다. 한 장관은 법무부 공식행사라고 둘러댔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도 없거니와 안 믿어도 그만이라는 뻔뻔함이 역력하다. 차기 당대표의 총선용 정치 유세장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정부는 지금 아무도 국정을 돌보지 않는다. 그러면 지금 나랏일은 도대체 누가 하고 있는 것인지, 누구에게 맡겨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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