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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대표 해병대 입소라니, 지금이 군사정권시대인가?

2024년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400여명이 지난 18일부터 2박 3일간 해방대에 입소해 훈련을 받았다. 혹한기 훈련으로 인한 선수들의 부상우려와 일방적 지시로 참가를 강요하는 등 여러 비난이 있었음에도 대한체육회(체육회)는 선수들의 해병대 훈련을 강행했다.

체육회는 우리나라의 스포츠와 올림픽 사무를 총괄하는 기구로, 선수들이 기량을 높이고 국내외 무대에서 그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보인 체육회의 모습은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와 의구심을 갖게 했다.

지난 1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해병대 훈련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종목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국가대표’선발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힘든 과정이며, 선수들은 이미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되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최고로 인정받은 선수들의 집단이 바로 국가대표인데, 대체 무슨 정신력을 더 강화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종목별 훈련의 방법이 모두 다르고, 이미 전문적인 시스템에서 훈련받아 온 선수들에게 군대식 훈련을 강요하는 것은 그 발상자체가 매우 구시대적일 뿐 아니라 반인권적이기도 하다. 지도자와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요, 자발적 참여도 아니었기에 실효성도 없다. 그런데 체육회의 이 같은 구시대적 체육행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 한달을 앞둔 지난 9월에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선수촌 내의 와이파이를 차단해 인터넷 사용을 못하도록 한 일도 있었다.

선수들의 기량은 체계적인 훈련과 전문적인 시스템을 위한 지원이 우선할 때 성장할 수 있다. 성적과 연관지어 정신력 타령이나 하고, 강압적 훈련방식을 종용하는 모습은 10~30대 선수들에게 적합한 방식도 아니다. 선수들의 땀으로 이룬 스포츠 강국의 명예, 도전과 경쟁을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의 열정을 체육회가 훼손해서도 막아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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