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21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한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상당한 자산가다. 이들이 주식을 팔아 이익을 봤다면 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이를 늦춰준 셈이다. 전형적인 '부자감세'다. 시행령 개정은 대통령실의 주도로 이뤄졌는데, 그 명분이라고 내세운 건 '개미 투자자' 보호다. 큰 손들이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이면 매물을 쏟아 놓아 주가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개미'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큰 손들이 쏟아 놓은 주식은 연말이 지나가면 다시 주워 담게 되어 있다. 주식 양도세 때문에 주가가 대세 하락한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 단지 연말의 짧은 기간에 벌어지는 주가의 등락을 놓고 무슨 '개미 투자자' 보호를 거론하는 게 우스울 뿐이다. 반면 이익을 보는 쪽은 명확하다. 한 종목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큰 손'이다.
이런 정책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여야 원내대표가 2025년까지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열흘 전인 12일까지만 해도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직접 "고액 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기준 완화는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19일에는 인사청문회에 나선 최상목 신임 부총리 후보자가 "(현행 주식 양도세는) 자산·국가 간 자본 이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있다"며 대주주 기준 완화에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섰고, 21일엔 이를 공식화했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는다.
올해 주식시장은 28일 문을 닫는다. 거래 절차상 양도세를 회피하려는 대주주들은 26일까지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이유다. 불과 며칠을 앞두고 정책을 뒤집었다. 부자감세를 반대하는 야당과 예산안 처리를 합의했으니 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타산도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겐 국정이 장난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