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놓고 검찰공화국, 한동훈 비대위

21일 국민의힘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그동안 의견을 종합해 오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당 대표직을 즉시 수락하며 법무부 장관직을 사임했다. 오는 26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치게 되겠지만 사실상 이날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시작됐다. 한 전 장관은 세상이 다 아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써 검찰공화국을 상징하던 실세 법무부 장관이 이제 여당을 이끌게 됐다. 누가 봐도 검찰공화국의 심화이자 퇴행이다.

윤 대표 권한대행은 “연내에 비대위 출범이 마무리돼야 한다”며 “총선 준비는 새해부터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총선을 겨냥한 비대위 체제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이번 총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보궐선거는 윤석열 정부 요직을 검찰 출신이 장악하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일방통행에 대한 경고였다.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 너무나 매섭고 확연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도 “국민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며 잠시나마 변화를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국정운영에서 달라진 것은 없고, 오히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황태자로 지목됐던 한 전 장관을 총선 전면에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윤 대표 권한대행은 한 전 장관에 대해서 “당내의 인사 다수가 추천하는 인물로 의견 수렴 과정에서 그 역할에 대해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눈치 보는 사람들 다수가 추천했을 것이고 그들이 기대했을 것이기 때문에 딱히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한 전 장관의 거취가 윤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선포는 보궐선거 민심에 대한 정면 반발이다. 민심을 거슬러서라도 공천권을 한 손에 쥐고 여당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낸 인사다.

한 전 장관은 이임식 후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려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공화국이 국민의 생각일 리 없고, 투표로 경고해도 무시하는 오만한 정치가 국민의 상식일 리 없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이 지금 귀 기울여야 하는 국민의 상식과 생각은 이렇게 노골적인 직할 체제로 총선에 돌입하는 여당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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