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가 이틀째 이어진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위해 가림막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2023.12.18 ⓒ뉴스1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10대 남성의 구속영장이 22일 기각됐다. 반면 이를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20대 남성에 대해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모(17)군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는데, 그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된 점 등을 비롯해 피의자의 심문 태도와 변호인의 변소(변론·소명) 내용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지난 16일 오전 1시 52분께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남긴 혐의를 받는다.
임군은 경찰 조사에서 “SNS를 통해 불상자로부터 ‘낙서를 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그 사람이 지정한 장소에 지정한 문구를 스프레이로 기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임군의 은행 계좌 거래내역과 텔레그램 기록을 토대로 불상자 A씨를 추적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임군의 낙서를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설모(28)씨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설씨는 경복궁 담장이 첫 낙서로 훼손된 다음 날인 지난 1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지난 18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설씨는 이틀 뒤인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