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아예 심의조차 거부하는 바람에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이후에도 8개월 이상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본회의 표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분위기다. 24일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우리들은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왕 실장'으로 불리는 이 정책실장이 "확고하게"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을 보면 의사를 분명해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 나온 이른바 '조건부 수용'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거부 입장이다. 총선 이후에 몇몇 조항을 고쳐서 시행하자는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권이 특검을 반대하는 명분은 '총선용'이라는 데 있다. 총선 날짜는 어제오늘 정해진 것이 아니다. 총선을 우려했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응해서 시행시기를 조정했으면 될 일이다. 민주당이 관련 원망을 하려면 국민의힘에 하기 바란다"고 한 것은 일리가 있다. 여권은 이 사안이 애초 특검까지 갈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펼친다. 김 여사의 혐의가 대단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가조작 공범들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올해 2월이다. 그 이후에도 검찰은 김 여사를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 무혐의로 처분한 것도 아니다. 미루거나 봐주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특검은 이럴 때 한다.
윤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은 전혀 없다. 우선 공직자도 아닌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건 국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 법안으로 인해 특정 집단이나 계급, 계층이 이익이나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조법, 방송법 등과 비교하면 이는 확연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족에 대한 수사를 거부하는 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옹졸하고 비열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안은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층에서도 특검 찬성 여론은 높다.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윤 대통령은 "국민은 무조건 옳다"고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