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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비판하지 않으면 ‘적’이라는 국방부 정신전력 교재

국방부가 새로 발간한 ‘군 정신전력 기본교재’가 논란이다. 북한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것을 이적 행위로 규정하는 등 과거 냉전시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26일 대적필승(對敵必勝)의 정신적 대비태세 완비를 위한 장병 정신전력 강화 차원에서 대적관과 군인정신이 더욱 강화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새롭게 개편·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간된 ‘군 정신전력 기본교재’는 “국가안보에 있어 외부의 적 못지않게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내부의 위협세력”이라면서 “북한의 대남적화 획책에 따라 우리 내부에는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 3대 세습 정권과 최악의 인권유린 실태, 극심한 경제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이롭게 하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협하는 우리 내부의 위협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우리 장병들에게 이러한 세력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은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면서 “이를 부정하고 방관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을 비판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적 행위라는 주장이다.

국방부 등이 나서 장병 대상 교재를 통해 이른바 ‘종북세력’이 ‘내부의 적’이라는 주장을 장병 대상 교육교재에 담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부터다. 지난 2011년 국방부는 각급 부대에 내려보낸 정신교육자료 ‘자유민주주의를 흔드는 내부의 적-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를 통해 과거 종북세력 활동사례로 국가가 사죄한 ‘제주 4·3사건’과 법원에 의해 무죄가 선고된 ‘인혁당 사건’ 등을 언급했고, 민주화운동을 종북활동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었다. 2012년엔 종북 실체 표준교안까지 만들어 이른바 종북세력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전략 노선을 맹종하는 이적세력으로 분명한 우리 국군의 적’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 ‘군 정신전력 기본교재’가 개정되면서 빠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부의 적’이란 주장이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 ‘군 정신전력 기본교재’ 개정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야권에 대한 황당한 이념공세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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