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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우 이선균씨의 비극, 사회적 성찰의 계기 돼야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배우 이선균씨가 스스로 생을 마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유명 배우가 연루된 마약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 전해진 것은 지난 10월이다. 곧 당사자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와 함께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후 입건 사실이 공개된 이선균씨는 세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고, 간이 및 정밀 마약검사를 받기도 했다. 검사 결과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이선균씨도 마약을 자신이 투약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사건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고, 결정적 물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 상황이 알려지고 언론이 사생활까지 증폭해 보도하면서 이미 ‘마약 배우’로 낙인이 찍혔다.

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사, 기소 등 공권력은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그러나 공권력은 국가공동체의 최종적인 물리력으로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합법적으로 인신을 구속하고 재산을 몰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혐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판이 실추돼 개인에게는 치명적이다. 민주국가 수사법무의 핵심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고 이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리가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이는 공권력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일부 증거나 정황이 있더라도 반대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 요구되며, 관련자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가해자 인권보다 피해자 인권이 중요하다”는 말이 단골로 선택된다. 그러나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범죄 유무와 책임의 크기를 정확히 가리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범죄를 구조적으로 예방하고 피해를 사회적으로 구제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공권력을 앞세워 응징하는 것에 몰두하면 악순환을 피할 수 없고,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이번 사건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선균씨는 물론, 비슷한 시기 수사를 받아 무혐의로 확정된 권지용씨(지드래곤) 사건도 온갖 미확인 정보가 선정적으로 보도됐다. 수사기관에서 흘러나온 정보나 일방의 주장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마약 범죄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가 무차별로 쏟아졌다. 민감한 사생활을 들추는 뉴스를 방송이 대대적으로 다룬 것도 잘못된 일이다. 일부 악의적 유튜버와 결합돼 혐오와 인격모독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과연 정상적 상태로 이겨낼 사람이 있을까 많은 이들이 우려했을 정도다. 권력형 비리나 다중에 피해를 준 중대범죄와 개인의 일탈을 구분하는 지혜도 중요하다. 만만한 개인만 물어뜯는다면 ‘하이에나 언론’의 오명을 피할 수 없다. 공적 감시와 견제, 진실 추구는 권력의 무게에 비례해서 집중돼야 공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제 이선균씨의 진실을 밝히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나 고인이 범죄자 낙인으로 이미 가혹한 사회적 형벌을 당한 점은 분명하다. 만약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인격 자체를 말살하는 행태는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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