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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장근로 기준을 하루가 아닌 1주일로 본다는 대법원

지난 7일 대법원은 황당한 판결을 내놓았다.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일이 아니라 1주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1주에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에 아무리 길게 일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대법원이 다룬 사건은 항공기 객실 청소업체 노동자의 경우다. 이 노동자는 통상 주말 근무를 하지 않고 3일 연속 근무를 한 후 하루를 쉬는 방식으로 일했다. 이 노동자는 2013년 9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총 130주에 걸쳐 연장근로를 했고 결국 일하다 숨졌다. 1심과 2심은 이 같은 근무 중 109회가 위법하다고 봤다. 한 주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해 일한 시간을 합해 12시간을 넘거나, 주간 근무시간이 52시간이 넘으면 법을 어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입장은 노동부를 포함해 현장에서 이해하고 있는 법 해석과 일치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새로운 계산법을 내놨다. 주간 단위로 52시간 이하 근무를 유지한다면, 하루에 얼마를 근무해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본 109회 중 3회는 주간 최대 52시간을 넘지 않아 무죄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례가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1주 12시간' 연장근로에 대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는 대법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 1주일 40시간 이상의 노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을 경우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했다. 1주일과 하루라는 단위를 정해 이중적으로 제한한 셈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연장근로'의 기준을 1주로 좁혔다. 이런 식이라면 회사의 필요에 따라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쉬는 근로 형태가 합법화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데 있다. 청년들은 이런 방식을 '크런치 모드'라는 은어로 부르는데, 크런치(crunch)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는 노동자들을 '으깨 넣는' 방식이다. 불규칙한 집중근로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건 별다른 입증도 필요 없는 상식이다. 법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이유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명백히 시대를 거꾸로 되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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