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최근 장병 정신교육 교재로 활용하겠다면서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독도에 관한 서술이 논란이 되고 있다. 독도를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일본명 ‘지지마’) 등과 함께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교재에 총 11번 한반도 지도가 등장하는데, 이 지도에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 일본의 침략을 서술하며 그린 지도에도 울릉도만 있고 독도는 없었다.
국방부가 올해 10월에 발행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28일 확보하여 살펴본 결과, 교재에서 한반도 지도는 총 11번 사용됐다.
그런데, 11개 한반도 지도에서 독도를 표기한 지도는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국방부는 울릉도를 그려 넣은 2개의 지도에서도 독도를 그리지 않았다.
한반도 지도는 45쪽에서 62쪽 사이에 총 6번에 걸쳐 등장한다. ‘호국의 역사와 상무정신’에 관한 서술로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장군과 화랑정신 등을 설명하면서 쓰였다. 이 지도들에는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
특히, ‘국방에 소홀했던 조선의 운명’(57쪽)과 ‘병자호란 발발과 조선의 패인’(62쪽)을 설명하는 곳에 첨부된 한반도 지도에는 울릉도도 그려 넣고 “울릉도”라고 표기했지만, 독도는 없었다. 이 중 57쪽의 한반도 지도는 일본의 침략을 서술하기 위한 지도였다.
국방부는 교재 164쪽에서 179쪽 사이에서 한국전쟁을 서술하며 총 4개의 한반도 지도를 그려 넣었는데, 여기서도 독도를 그리거나 표기한 지도는 등장하지 않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2023년 10월에 발행된 군(軍)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속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짚었다.
설훈 의원실은 “역사를 기술한 부분의 지도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전혀 표기하고 있지 않거나, 울릉도만 표기하고 독도는 표기하지 않는 등 우리나라 역사에 독도를 지워버리며 군의 그릇된 역사관을 표현했다”고 꼬집었다. 또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역사와 영토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일절 기술하고 있지 않았다”며 “오히려 일본을 미래협력과 동반자적 관계로 언급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친일 정신전력 교재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장병 정신교육 자료는 ‘한미동맹의 가치와 필요성’을 설명하는 197~198쪽에서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독도가 조어도와 쿠릴열도처럼 분쟁지역인 것처럼 기술한 부분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각각 입장을 발표하고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독도에 관한 기술을 보고받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질책했다고 전했고, 국민의힘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독도에 관한 기술에 대해 “즉각 바로 잡아야 한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병 정신교육 교재에 사용된 11개의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6일 “대적필승(對敵必勝)의 정신적 대비태세 완비를 위한 장병 정신전력 강화 차원에서 대적관과 군인정신이 더욱 강화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새롭게 개편·발간했다”며 해당 교재를 “전군에 배포하여 장병 정신전력교육 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재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정신전력정책과에서 편집하여 올해 10월 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