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상도, 대책도 없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의 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비대위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당연직인 윤재옥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기현 전 대표 체제에서도 지명직 최고위원을 맡았던 김예지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정치권 외부 인사다. 한 위원장이 이미 "(비대위 구성을) 정치인 위주로 한다면 내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했으니 예상된 결과다.

하지만 막상 선임된 비대위의 면면은 한 위원장이 밝힌 "동료 시민들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전향한 운동권 출신인 민경우 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나, 조국 사태 때 참여연대를 떠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려온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해 온 구자룡 변호사는 정치인들보다 더 격렬하게 야당을 공격해 온 인사들이다. 장서정 보육·교육 플랫폼 '자란다' 대표와 한지아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자립 준비 청년을 지원하는 윤도현 SOL 대표 등을 함께 선임해 구색을 맞췄다고 하지만, 저울추는 이미 한 쪽으로 쏠린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누구도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비상한 능력이나 참신한 대책을 상징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정당이 통상의 지도체제를 버리고 비대위를 구성할 때는 스스로 위기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전혀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 눈 밖에 난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당의 위기를 수습하려면 지금까지의 국정 기조와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 마땅하다. 비대위의 면면도 그만큼 새로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막상 내놓은 것은 그야말로 '싸움닭'이 전부다. 이런 비대위라면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서 성정이 거칠고, 앞뒤 없이 나가 상대를 비방하는 데 특화된 인사들을 내세우면 될 일이다. 그런 사람들은 당내에도 충분히 많지 않은가.

한 위원장은 취임 당시에도 위기의식과 성찰 없이 단지 '반 이재명'만을 내세웠다. "싸우겠다"는 말만 줄곧 반복했다. 오죽하면 "야당을 견제하는 게 여당의 본분"이냐는 지적을 들었겠는가. 전날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냐"고 꼬집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위기에 처한 건 야당이나 이재명 대표를 충분히 괴롭히지 못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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