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건배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재벌총수들을 불러 저녁식사 및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2023년은 윤석열 대통령의 잦은 해외순방과 엑스포 유치 실패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었던 한 해였다. 국민세금 낭비도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명목으로 많은 국민세금을 썼고, 잦은 해외순방에도 많은 국민세금을 쓰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사용된 국민세금 규모는 정확하게 따져봐야 하겠지만, 2022년과 2023년 중앙정부 예산에 편성된 것만 해도 5,700억 원 규모라고 한다.
게다가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에 책정된 해외순방 예산 249억 원을 다 쓰고도 모자란다면서 정부 예비비 329억 원까지 끌어다 썼다. 해외순방 예산으로만 총 578억 원을 쓴 것이다.
회식 논란으로 얼룩진 엑스포 유치 실패
이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를 명목으로 회식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난 4월 6일에는 부산 해운대 횟집에서 장관, 시·도지사, 국회의원들과 회식을 하고 나오는 장면이 온 국민 앞에 노출되는가 하면, 지난 11월 24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재벌총수들을 불러 저녁식사 및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엑스포 투표를 4일 앞둔 시점에 프랑스 파리의 한 고급 한식당에서 재벌총수들과 저녁 8시부터 2~3시간 동안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참석했다고 하며, 저녁 식사에 소주와 맥주가 곁들여졌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만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한시가 바쁜 재벌총수들을 불러서 소주, 맥주를 마셨다고 하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이 정도면, 윤석열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를 명목으로 회식하고 술 마시고 다닌 것 아닌가? 라는 의구심까지 드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논란이 된 회식 및 술자리 비용에 대한 정보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이미 공개된 회식의 비용공개가 국익을 해치나?
필자는 지난 4월 6일의 해운대 횟집 회식이 논란이 되자마자, 그날 사용한 회식비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그래서 현재 행정소송(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진행중에 있고, 2024년 2월 8일 1심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에 프랑스 파리에서의 식사 및 술자리에 관한 ‘한겨레21’ 보도를 보고, 곧바로 그날 사용한 비용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은 12월 29일 정보비공개통지를 해 왔다.
비공개 이유는 해운대 횟집 회식비용을 비공개했을 때와 같았다. 대통령의 회식비용이 공개되면, 국가안보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일정관리, 경호 등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4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재벌 총수들과 식사 및 술자리를 가진 것과 관련해 비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대통령비서실은 국익침해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하승수 제공
그러나 말도 안 되는 비공개 사유다.
이미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이 언제, 어느 식당에서 식사 및 술자리를 가졌는지가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상황에서, 식사 및 술자리 비용으로 얼마를 썼는지가 공개된다고 해서 무슨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인가? 이미 그날의 일정이 다 공개됐는데, 비용이 공개된다고 해서 무슨 일정관리와 경호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된다는 말인가?
대통령 비서실의 비공개 이유는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정보의 보유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
게다가 너무 이상한 것이 ‘정보의 보유·관리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통지내용이다. 이 문구는 4월 6일 해운대 횟집 회식비용을 비공개할 때에도 사용됐던 문구이다. 이런 식의 문구는 필자가 정보공개청구를 숱하게 하면서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문구이다.
어떤 기관이든 정보가 존재하면 ‘존재하는데 비공개’한다고 통지하고, 존재하지 않으면 ‘정보부존재’라고 통지한다. 해운대·파리 회식비용에 대한 대통령 비서실의 비공개통지처럼, ‘정보가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통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일이다.
또한, 특수활동비든 업무추진비든 대통령비서실 예산이 비용으로 지출되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자료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카드로 사용했으면 카드로 사용한 증빙자료가 있어야 하고, 현금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영수증과 집행내용확인서같은 서류는 남아 있어야 한다. 계좌이체를 했어도 관련 증빙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증빙이 남아 있든, 그날 식사 및 술자리에서 사용된 비용의 액수와 내역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은 정보의 보유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나 대통령 비서실이 결제한 것이 아니고, 다른 주체가 결제한 것인지? 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비서실이 결제했다면 정보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해운대에서 파리까지 회식을 하고 다니면서 최소한의 투명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세금을 써가면서 처참한 결과를 얻은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회식비와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진실을 공개하지 않고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