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소원(所願)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大韓獨立)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自主獨立)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 남긴 이 글귀가 새삼 심장을 때리는 새해 첫날이다. 멍청한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았더니 나라가 얼마나 개판이 되는지를 절감한 지난 2년, 이제 새해를 맞이한 나의 소원은 오로지 하나다.
나의 첫째 소원, 저 멍청한 정권이 물러나게 하소서! 그 다음 소원을 묻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저 한심한 대통령이 퇴진하게 하소서.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일 것이다. 아 몰라, 제발 쟤 좀 안 보게 해줘!!!
새해 결심의 경제학
주류 경제학이 설명하는 새해 결심(비단 새해 결심만이 아닌 거의 모든 결심이 마찬가지지만)의 작동 원리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결심으로 인해 지금 드는 비용이 결심 달성으로 이해 얻는 미래의 이익보다 크냐 작으냐의 문제다.
금연 계획만 해도 그렇다. 당장 새해 결심으로 금연을 선택한 사람의 생각은 지금 내가 금연을 함으로써 얻는 고통보다 그로 인해 얻는 미래의 건강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금연을 결심했겠지.
하지만 금연 결심이 깨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며칠 담배를 참아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담배를 참는 고통이 미래에 얻는 건강 따위(!)보다 크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러니 담배를 다시 피우겠지.
그런데 세상은 사실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인간은 이렇게 정교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연 결심은 뜻밖에도 술 한 잔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이어트 결심도 마찬가지다. 당장 지금 피자 한 조각 먹는 행복이 다이어트로 인해 얻는 미래의 건강보다 크다고 느껴서 다이어트가 깨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다이어트가 완전히 깨지는 경우는 그냥 한 번 깨진 다이어트,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계속 잘못된 식습관을 유지하는 탓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새해 결심을 유지할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다. 행동경제학자들에 따르면 결심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먼 미래에 얻을 나의 이익을 지금 눈앞에 무언가로 구체화하거나 형상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케냐의 한 빈민가 민중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저축을 늘릴 수 있는지에 관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애리얼리는 실험 대상을 몇 그룹으로 나눈 다음 1그룹에게는 1주일에 한 번씩 “100실링을 아낍시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른 그룹에게는 100실링을 저축하면 10~20% 이자를 지불했다. 또 다른 그룹에게는 100실링을 저축하기 전 아예 이자를 미리 선지급했다. 마지막 그룹에게는 100실링을 저축하면 기념으로(?) 가짜 금색 동전을 보내줬다.
어느 그룹의 저축률이 가장 높았을 것 같은가? 놀랍게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짜 동전을 받은 그룹의 저축률이 다른 그룹에 비해 갑절이나 높았다. 놀랍지 않은가?
내가 상상하는 세상을 눈앞에 그려두자
이유가 뭘까? 사람에게는 가시화되고 구체화된 무엇이 매우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추상적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나의 심장을 매우 생동감 있게 뛰게 한다. 그래서 노후 대책을 위해 저축을 늘리고 싶다면 앱을 이용해 늙고 병든 자신의 사진을 만든 뒤 핸드폰 바탕화면에 깔아두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다른 좋은 예가 있다. 오랜 무명 배우 생활을 경험한 짐 캐리는 햄버거 하나를 세 토막으로 나눠 세 끼를 때우며 노숙생활을 할 정도로 가난한 시절을 겪었다. 그러던 중 그는 성공하겠다는 결심을 다지기 위해 무려 1,000만 달러짜리 가짜 수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수표를 지갑 안에 넣은 뒤 시도 때도 없이 그 수표를 쳐다봤다. 반드시 3년 안에 1,000만 달러 개런티를 받는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되뇌며 말이다. 영화 마스크로 일류 배우의 반열에 오른 그는 마침내 영화 ‘배트맨 포에버’에서 1,000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는 배우가 됐다.
이렇게 결심을 구체화하고 시각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심의 시기도 ‘미래의 나’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기보다 3년 뒤, 혹은 2025년 1월 1일 식으로 세밀하게 적는 게 좋다. 가짜 금색 동전, 가짜 1,000만 달러짜리 수표 같은 시각화된 자료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나는 올해 새해 결심을 구체화, 시각화하려고 한다. “아, 진짜 윤석열 꼴도 보기 싫어!” 같은 추상적 미움보다 윤석열이 없는 세상을 더 상세히 상상하고 그려두고자 한다. 세세한 방법은 설명하지 않겠지만 여러 사진을 모은 뒤 휴대폰과 노트북 배경사진도 모두 바꿨다. 앞으로 매일 그것을 들여다보며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미래에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어정쩡한 계획도 바꿨다. 미래 언제? 나는 2027년 3월 3일을 그날로 정했다. 나는 그날 반드시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최후의 추장이었던 제로니모(Geronimo, 1829~1909)는 “강을 건너는 방법은 강을 건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2027년 3월 3일 강을 건너야 한다.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방법은 강을 건너는 것밖에 없다. 그날 강을 건너는 것, 이것이 나의 새해 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