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년사설] 진보·민주·개혁세력이 연합해, 윤석열 정부 심판해야

1.

새해에는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린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윤석열 정권이 만들어낸 실패와 퇴행은 온전히 국민들의 상처와 부담으로 남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나와 있는데, 총선은 국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계기다.

무엇보다 큰 부담은 경제다. ‘보수는 경제를 잘 다룬다’는 세간의 인식과 정반대로 결과는 참혹하다. 후보 시절 ‘시장개입은 최소화, 시장효율성은 극대화시켜 잠재성장률을 4%대로 올리겠다’던 공언은 분기별 0%대 성장률로 무색해졌다. 재정·물가·수출이 위기를 맞이했고 생산·소비·투자 모두 지지부진하다.

그런데도 경제가 좋았을 때 단물을 빨던 재벌과 부동산 부자에게는 법에도 없는 새로운 혜택을 주면서 탈출구를 마련해주고, 위기는 서민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반민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재벌과 부자들에게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를 감액했고, 그 결과로 60조 원대 세수결손을 만들어냈다. 그래 놓고도 재정건전성을 중시한다며 저소득 노동자와 서민에게 돌아갈 재정지원을 줄였다. 최저임금인상률은 이명박 정권 때보다 낮추고, 하층 노동자들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은 또 늦추려 한다.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해 이른바 ‘영끌족’의 피해를 키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엔 ‘미국 등 세계경제가 다 그러니 조금만 참자’고 달랠 여지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OECD 국가들 중 ‘나 홀로 폭망’이라 변명거리도 없다.

다른 분야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나아진 것이 없고, 내려가거나 주저앉아버린 것은 차고 넘친다. 세계가 다극화시대로 접어들었는데 미국과 일본에 치중한 이른바 ‘가치외교’는 어떤가. 윤석열 정부는 필요 이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여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키웠다.

지난해 말 이뤄진 내각 교체도 황당하다.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드러냈으니 내각교체는 더 유능한 인물을 내세워야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교체된 장관 6명이 모두 총선에 출마해 이 정부의 장관들은 애초에 국정을 돌보는 사람들이 아니었음만 확인시켜줬다. 검찰 출신으로 가득 채운 차관급과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들까지 합하면 측근들의 총선 출마자가 50명이 넘는다고 하니, 이 정부의 최대관심사는 권력투쟁뿐이다.

2.

선거를 통한 정권심판은 반드시 필요하고 효용도 크다. 권력의 최정점에 오른 정치검사들의 권력놀음에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서민과 노동자, 청년의 미래를 위해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꾸고 국민이 쟁취한 민주주의의 기초를 더 단단하게 세워야 한다.

막연하게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준비하자고만 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고, 그동안 국민의 삶은 더 나락에 빠지게 되며, 정치 허무주의가 자라나 변화의 동력도 수그러든다. 위기에 처한 과거 대통령들처럼 윤 대통령의 입으로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뜻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4월10일 총선에서는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힘을 합해 대승을 거두어야 한다. 민주당 내 일부 계파의 승리나, 심지어 민주당만의 과반의석 확보도 국민의 승리라고 부르기엔 부족하다. 여당 분열에 기대는 것도 정도가 아니기는 마찬가지고, 진보정당의 ‘제3당’ 위상 회복이 총선 목표가 되어서도 안 된다. 오직 촛불항쟁을 승리로 이끈 진보·민주·개혁세력 모두의 승리여야 한다.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통 크게 연대하고 연합한다면 지역구와 비례 선거 모두에서 집권세력에 대해 크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소수정당들도 들인 노력과 가진 실력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다수당도 가치와 명분을 실리보다 더 중시한다면 연대연합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 연대연합에 참여할 각 정당과 세력들도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연대연합에만 기대어 자칫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낡은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전체주의 세력들이 정권의 중심에 있는 만큼 모든 잠재적 위험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야당 인사들을 정조준한 공안 수사나 남북 사이에 국지전 발발, 여러 변수를 종합한 공포정치의 가능성, 진보·민주·개혁세력 내부 분열을 야기할 여론조작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연대연합에 참여한 세력들은 총선 이후 무엇을 바꿀 것인지 최소한의 공동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권심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다음 대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개혁과 진보가 이루고자 하는 최소한의 목표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잠시 에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국민들이 힘을 모으면 반드시 새로운 길은 만들어졌다. 2024년 총선은 지난 2년의 실패와 퇴행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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