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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더 위험해진 세계, 외교 정책의 전향이 필요하다

세계가 새해를 맞은 1월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는 포성이 끊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두 번째 겨울을 지나고 있고 가자에서의 학살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는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고, 탈냉전 이후 30년간 세계를 이끌었던 미국의 힘은 약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의 예측과 달리 점차 러시아의 우위가 확립되는 추세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가 수도를 방어하고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섰을 때만 해도 러시아의 패퇴는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초여름에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장담하는 보도는 서방의 주류 매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러시아 우위의 평화협상에 대한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도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이에 따른 '대학살'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마스가 결정적으로 약화되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지를 유지하고 있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보도가 나온다. 정치적으로는 물론이고, 군사적으로도 이스라엘의 완승이 예고된 것은 아닌 듯하다.

여기에 홍해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직접 교전을 벌였다. 홍해 상황이 악화된다면 미국이 직접 교전에 참여하는 중동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현지 무장단체와 소규모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연이어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지역의 정치적 역학이 변동하고 있다.

1월 대선을 앞둔 대만이나 날로 강경한 입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의 움직임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미국 대선도 치러진다. 바이든 행정부와 전혀 다른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동유럽에서 중동,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정책은 일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대외정책의 근간을 미국과의 유착에 두고 한미일, 나토와의 안보협력에 몰두해왔다. 서방의 입장을 추종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적대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정책은 미국 대선 결과나, 또는 세계적인 역관계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전향에 준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동맹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나와야 한다. 중국,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도 만들어내야 한다. 외교는 여야관계가 아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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