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섬멸 내세워 가자지구를 침공하고, 민간인을 학살하기 시작한지 이미 3개월이 지났다.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사망자는 22,000명을 넘었고, 가자지구 건물의 절반, 가정집의 70%가 폐허가 됐다. 이런 상황이 매일 보도되면서 이스라엘의 공격과 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12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 세계 153개국이 찬성했을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지지와 지원은 계속 되고 있다. 작년 말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해 위의 안보리 결의안을 부결시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반유대주의가 고조되고 있는데, 역겨운 일'이라며 하마스가 섬멸될 때까지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바이든의 정부 내에도 있다. 바이든의 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해 고위 정무직 관료가 또 사퇴했음을 전한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미국 교육부의 한 고위 정무직 관료가 지난 3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한 바이든 정권의 지속적인 지원을 이유로 사임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 기독교인인 타리크 하바쉬는 이스라엘의 유혈 공격으로 백악관을 떠난 두 번째 고위 관료다.
하바쉬는 사직서에서 ‘이 정부가 이스라엘이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에게 저지르는 만행, 주요 인권 전문가들이 대학살이라고 부르는 이스라엘의 캠페인을 눈감아 주고 있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서, 그리고 미국 교육부에서 팔레스타인계로는 유일하게 정치적으로 임명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시각을 제공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수백만 명의 수고한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고, 특히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과 인종 청소를 당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230만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나는 사임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시작된 이후 바이든 정권의 고위 정무직 관리가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10월 19일 국무부 정치군사국에서 11년 이상 근무한 조쉬 폴 국장이 이스라엘에 대한 정부의 맹목적 지지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사임한 바 있다.
교육부의 기획, 평가 및 정책개발 담당 특별 보좌관인 하바쉬는 ‘나의 동료, 언론, 그리고 나의 정부가 나의 정체성을 비인간화하고 지우는 것’을 한탄하며, ‘지난 75년 동안 내 친척은 한 번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수십 년 동안 점령, 인종 청소, 인종 차별에 직면해 왔다. 바이든 정부가 이런 상황을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에 전적으로 어긋난다’고 했다.
하바쉬는 ‘우리 정부는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는 정부에 무조건적인 군사 자금을 계속 주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 지지해 왔으며, 거의 3개월에 걸친 공세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22,000여 명이 사망하고 인구의 80% 이상이 피난을 갔으며 이스라엘이 인구 밀집 지역에 인도주의적 재앙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전 요청에 저항해 왔다.
미들이스트아이에 따르면 지난 10월에는 미 국무부 관리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 초안을 준비했다. 이 성명 초안은 이스라엘, 가자지구,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내의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미국 정부가 위기 해결을 위해 진실하고 균형 잡힌 대중 메시지를 내보낼 것을 촉구했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와 의회 모두에서 전쟁에 대한 바이든의 입장에 점점 좌절하는 관리와 의원이 증가하면서 몇 달 전부터 긴장이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 11월 9일에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을 위해 뛰었던 선거운동원 500여 명이 바이든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종전을 요구했다. 인턴들이 외교정책과 같은 문제에 대해 발언권이 거의 없지만, ‘대량 학살’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등 서한의 표현은 굉장히 강했다. 바이든의 입장에 대한 반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바쉬도 다음과 같이 바이든 정부를 직접 비난했다. “나는 더 이상 조용히 있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주민의 식량, 물, 전기, 연료, 의료품을 차단하고 질병과 기아를 확산시키는 지속적이고 학대적인 집단적 처벌 전술을 중단하라고 이스라엘에 자기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는 것에 조용히 공모할 수 없다”.
점점 인기가 떨어지는 바이든의 이스라엘 정책
정부 내에서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바이든의 접근 방식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게 아니다. 바이든이 소속된 민주당과 미국 국민 사이에서도 바이든의 정책에 대한 반대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할 방법에 대해 이스라엘에 조언하고 있다고 여러 번 밝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어도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더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간소화된 절차에 따라 무기를 수송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의회의 심의를 피하기 위해 긴급 권한을 두 번이나 발동해 이스라엘에 포병과 군수품을 보냈다. 이는 특히 같은 민주당 내에서 큰 반발을 가져와, 여러 민주당 의원이 무기의 외국 판매에 대한 의회의 감시 권한을 무시한 바이든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게다가 미국은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무려 153개국이 찬성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부결시켰다. 미국이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을 반대하는 국제 사회의 입장과 점점 더 멀어지고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여론조사에서도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바이든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다. 뉴욕타임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 젊은이는 절반에 이르렀고, 70%는 바이든이 이 분쟁을 처리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