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호소하며 국회로 행진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논의해 왔지만,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이날까지 여야 합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고 이주영 씨 아버지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기다림의 시간도 막바지에 달했다”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인내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여야 합의 도출, 그리고 합의 통과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양보하고 감내했다”며 “우리가 이렇듯 가슴을 쥐어짜며 노력한 이유는 특별법만큼은 결코, 정쟁의 도구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이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할 방안이기도 하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특별법 통과를 위한 여야 합의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들고 국회로 향한다. 그리고 내일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품에 안고 이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며 “특별법을 우리 아이들에게 확인시켜 주고, 진상규명을 위한 소중한 첫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해 6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숙려 기간을 다 채운 뒤 11월 29일에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그해 연말,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의 바람대로 특별법 연내 처리를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시도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김 의장은 진상조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을 감안해 조사위원회 구성을 전제로 특검 조항을 삭제하고, 법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후 김 의장은 “수정안을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자신이 제시한 중재안을 토대로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협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일까지도 여야 논의는 평행선인 상황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의 진행이 쉽지 않다”며 “여전히 정부·여당 측은 조사에 대한 축소에 몰입하고 있다. 단순히 조사도 없이 피해자들에 대해서 피해보상을 통해 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그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은 채 피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돈으로 때우려고 하는 것은 매우 비정하다”며 “정부·여당이 마지막까지, 내일 법안 처리에 협조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9일 열리는 본회의를 방청하면서 국회의 표결 절차를 직접 지켜볼 예정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유가족들은 11월 29일 특별법이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 120시간, 159시간, 48시간 비상행동을 연이어 선포하며 추위에도 불구하고 눈 덮인 길 위에서 오체투지까지 하며 여야의 결단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번만큼은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켜 국회를 향한 마지막 발걸음이, 진상규명의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