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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제동원 재판거래’ 관여한 조태열 후보자, 외교 수장 자격 없다

8일 열린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조태열 후보자의 '재판거래' 연루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희망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상대 손배소 재상고심 판결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이 그것인데, 당시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으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수사한 검찰은 임종헌 차장 등이 외교부와 '협의' 혹은 '조율'을 했다는 이유로 이를 재판에 넘겼다. 다만 조 후보자의 경우엔 기소되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또 일본 피고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의 강제동원 대응팀에 속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사실도 있다. 유 전 장관은 법정에서 "(조 후보자가) 강제동원 얘기를 해 준 기억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도 외교부가 하는 고민을 공유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라며,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이 문제를 "사법농단으로 정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사법농단'은 사법의 독립성을 해친 엄중한 사건이다. 민주주의의 근간 중 하나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독립적인 사법부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더구나 조 후보자는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강제징용 문제에서 "제3자 변제안 이외에는 돌파구가 없다"고 단언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인 셈이다.

조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의 굴욕적 위안부 합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8일 국회를 찾은 이용수 할머니는 조 후보자가 2015년 자신을 찾아와 설득하려 했다면서 "뻔뻔스럽게 어디서 또다시 장관으로 오느냐",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 모두에서 조 후보자는 국민적 인식과 동떨어진 행동을 거듭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행위에 대한 어떤 성찰도 보여주지 않았다.

외교 수장은 국제사회에서 국민의 존엄을 지킬 의무가 있다. 조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나 현재의 인식을 보면 그가 우리 국민을 제대로 대변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 조 후보자에겐 대한민국의 외교 수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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