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 수정안’ 국회 통과, 야당 “이번만큼은 거부권 행사 말아달라”

여당 입장 반영으로 원안보다 후퇴한 법안 표결에 부쳐졌으나, 표결 불참한 여당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수정안)'이 상정된 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24.01.09. ⓒ뉴시스


이태원특별법 수정안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태원특별법은 국민의힘의 반대와 요구로 법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로 늦추는 등 상당 부분 원안보다 후퇴한 수정안으로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는 권은희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 수정안에 찬성했다. 유가족들이 본회의장 2층에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태원특별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자리를 박차고 퇴장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 마지막에 상정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이태원특별법 수정안)은 재적 298명 중 재석 177명이 모두 찬성하여 통과됐다.

앞서 여야는 합의된 이태원특별법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정안에는 법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인 4월 10일로 연기하고,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의결 요청 조항을 삭제하는 등 여당인 국민의힘의 입장을 고려한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하지만 ‘독립성 있는 조사기구 구성’에 관한 것만큼은 야당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의견 차를 좁힐 수 없었다. 조사위원은 총 11명으로 하되 국회의장이 관련단체와 협의하여 3명, 각 교섭단체가 4명씩 추천토록 했다.

원안과 수정안 둘 다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먼저 이루어지면서 원안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태원특별법 수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은 이날 야당이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퇴장 후 규탄대회를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런데도 야당이 원안보다 후퇴된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때문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표결에 앞서 수정안 제안 설명에서 “원안에서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 그리고 유족분들의 의견을 100% 반영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이런 수정안을 제출하게 됐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특별법을 만들고도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 파견을 늦추는 등 갖은 방법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해서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이런 나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오늘 수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정부는 신속하게 법에 따라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해 주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은 국민의힘의 입장과 요구를 상당 부분 고려하고 수용한 수정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은 없으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만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여당의원들이 퇴장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무책임한 모습에 너무 실망스럽다. 유가족의 마음은 더 참담할 것”이라고 탄식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백번 양보해 정쟁이 이유라면 총선 이후 시행하자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여당이 우려한 특검 요구 조항도 삭제됐다”며, 이미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국민의힘 측에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이번만큼은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수용과 공포를 촉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표결 전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의 토론을 들으며 항의하고 있다. 2024.01.09. ⓒ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표결 전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의 토론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1.09. ⓒ뉴시스

표결에 불참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수정안에 반대하기 위해 본회의 단상에 올랐다. 유가족이 있는 층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와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이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합의가 아닌 야당의 강행처리로 법률안이 상정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회와 국회의 민주적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또 상정된 수정안에 대해 “공정성과 중립성이 결여됐을 뿐만 아니라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특별조사위원회가 편파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주장 등을 펼쳤다.

그러면서 진상규명 작업 없이 피해자에게 위로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자신의 법안을 소개했다. 이 의원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특조위 설치 등을 통한 진상규명이 아니라, 위로지원금과 손실보상금 배상 근거조항 마련 등 실질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를 참관하고 있다. 2024.01.09.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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