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에 전운이 몰려든다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이스라엘 화물선을 나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예멘은 아라비아 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국가로 아랍 해와 홍해에 접해 있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다. 1000여 년 동안 지배한 시아파로부터 1962년 수니파가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은 후부터 크게 남과 북으로 나뉘어 군사적으로 계속 충돌해왔다. 예멘은 2015년부터 또다시 내전에 돌입했는데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수니파와 맞서고 있는 시아파 세력이다.
2023년 11월 14일 예멘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하며 이스라엘에 선전포고한 후 홍해 부근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공격하거나 납치했다. 후티 반군의 계속된 공격에 머스크를 비롯한 세계 주요 해운사가 2023년 12월 15일 홍해 해역 이용 중단을 선언했다.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은 12월 19일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함대를 홍해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참여율이 저조하다.
홍해의 상황을 살펴보는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Dark clouds are gathering over the Red Sea for 2024


역사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아무리 인류의 예측 능력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세상일은 여전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이전의 전망을 뒤엎고 많은 실망과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

2023년도 제도권의 내러티브가 무너지고, 예상한 일은 이뤄지지 않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라고 했었다. 러시아는 경제 제재로 붕괴하고,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막아도 유럽의 산업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중국은 쇠퇴하기 시작하고, 민주주의가 독재에 우세할 것이라고, 아랍에미리트-이스라엘 협정이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협정으로 이어져 중동에서 평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그리고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아무도 대항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 예상들 모두 어긋났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계속 전쟁할 수 있는 힘이 급격히 약해지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극우가 꿈꾸는 ‘대이스라엘’을 향한 첫걸음으로 가자지구에서 인종 청소를 하면서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의 무관심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모두에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2024년에 출구 전략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미국과 유럽과 러시아, 중국, 이란의 긴장 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분쟁의 결과는 유라시아 지역의 힘의 균형을 뒤바꿀 것이다.

좌절된 꿈의 무덤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최신 홍보 수법을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주요 3개국 정상과 함께 인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경제적 통로를 제안한 것이다. 그 이름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이었다.

이 통로의 공식 목적은 인도에서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당시 관련국은 (비현실적으로) 인도에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로 화물을 운송한 후, 이스라엘 하이파를 거쳐 다시 배에 실어 유럽으로 운송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려면 최소한 다섯 개나 여섯 개 국가에서 적어도 여섯 번 이상 선적과 하역을 해야 한다).

그러나 IMEC의 실질적인 목적은 중국이 2013년에 시작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하나의 다중 모달 연결망을 만들고자 했다.

10년이나 늦게 출발한 IMEC는 일대일로와 경쟁하는 척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의 초기 경제정책 ‘빌드백베터’(BBB, ‘더 낫게 재건한다’)와 같은 이전의 몇몇 서방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IMEC는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데다가 너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프로젝트가 성공할지는 시간과 시장이 결국 말해주겠지만, IMEC가 좌절된 꿈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IMEC의 또 다른 야심 찬 목적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대체해 유럽으로 통하는 주요 해상 통로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정학적, 지경학적 문제가 곧 홍해 문을 두드렸다.

지역으로 확산하는 갈등

가자지구 분쟁에 대한 큰 우려 중 하나는 그것이 중동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다. 대부분의 시선이 이스라엘의 북부 전선과 레바논의 헤즈볼라에서 시작된 2차 분쟁의 가능성에 집중돼 있는 동안, 연말에 가장 큰 놀라움을 선사한 것은 가난하고 무기가 적은 한 저항 운동이었다. 그것은 바로 예멘의 후티 반군이었다.

후티 반군은 지금까지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팔레스타인과 구체적인 연대를 보여주며 이스라엘로 향하거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선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이스라엘의 에일랏 항구 교통량이 85% 감소한 것이다. 후티 반군은 러시아, 중국, 이란 과 다른 국가의 선박은 자유롭게 밥 엘 만데브 해협을 건너 홍해로 진입해 수에즈로 향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이중 잣대를 자기만의 버전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주요 운송업체는 홍해 항해를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더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해로를 이용하거나, 이란과 러시아를 코카서스를 통해 연결하는 국제 남북 수송회랑(INSTC)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첫 번째 해상로는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할 수 있고, 두 번째 INSTC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 심각한 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은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 ‘번영의 수호자’라는 군사 작전으로 대응하며 홍해, 아덴만 및 바브 엘 만 데브 해협 통로를 장악하기 위해 나섰다.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현실

이 군사 작전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 리더십을 과시하고, 항해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결과는 실망스럽다. 물론 홍해 운항을 중단했던 머스크와 같은 일부 주요 해운사가 운항을 재개했지만, 12월 31일 후티 반군이 머스크 선박을 공격하자 운항은 다시 중단됐다. (이때 미국의 후티 반군 선박 공습으로 10명이 사살됐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번영의 수호자’ 군사 작전이 국제 무역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는데도, 이에 참여한 서방 국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참여국이라 발표된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미군 지휘하에 작전에 참여하라는 미국 측의 요청을 거부했고, 스페인은 NATO나 유럽 지휘하에만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아랍 국가 중 유일하게 참여한 나라는 작디작은 바레인이었고, ‘세계 나머지 국가’에서는 세이셸만 참여했다. (그렇다. 아프리카 인도양에 그런 섬나라가 있다). 홍해 무역 중단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국가이자 미국의 강력한 파트너인 이집트와 사우디마저 ‘번영의 수호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미국이 주요 동맹국들 사이에서조차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무력 충돌의 확산을 피하고 싶다고 주장하지만,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홍해 등 너무 많은 곳에서 군사적 대치가 벌어지고 있다. 계산 착오로 인한 확전 위험이 여전히 높다.

이렇듯 2024년에도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2023년이 무너진 내러티브와 충족되지 못한 기대의 해였다면, 2024년은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현실을 인정한 해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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