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의원은 진보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다. 과거 통합진보당이 박근혜 정부 때 공안탄압 과정에서 해산된 이후 원내에서 진보정당의 위상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던 와중에 강 의원이 지난 4월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울산이나 창원 등 진보정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텃밭 호남에서의 성과라 더욱 주목받았고, 진보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로 다가왔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택배노동자 생활을 한 강 의원은 원내 몇 안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의원이다. 강 의원은 그 특수성을 살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활동을 두루 해왔다. ‘민중의소리’와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강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전통적인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들 문제에 많이 천착했다”며 “노동조합이 없는 열악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과 진보당은 오는 4월 총선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내겠다는 목표로 선거 담금질을 하고 있다. 강 의원은 “우리 진보당의 진면목이 곧 드러나게 될 것이다. 4월 총선이 폭발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강 의원은 자신이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과 관련해 “일시적인 현상이라던지, 제가 특출나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고, 이 열망은 어디로 분출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이러한 열망을 발판으로 삼아 “검찰공화국이라고 하는 윤석열 정권을 분명히 탄핵하고 심판할 수 있는 선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대대적인 부자감세,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및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추진 등 일관된 반노동 기조, 재정·물가·수출 위기,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등 가족 비위 문제에 대한 이율배반적 태도, 친미반중 일변도 외교로 인한 중대한 국익 훼손, 엑스포 예측 실패 등 잇따른 외교 참사, 각종 인사 실패 등 윤석열 정부의 퇴행 및 실정에 관한 인식에 공감하는 여론은 압도적으로 많다. 국정 지지율 30%대에 머물러 있는 각종 여론조사가 이를 잘 드러내 준다.
강 의원은 “만나는 주민들에게 ‘이자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하면, ‘그것도 중요한데 윤석열은 어떻게 끌어내릴 거냐’는 얘기를 할 정도”라며 “진보당이 ‘탄핵의 봄’ 현수막을 걸고 있는데, 주민들은 ‘내 마음을 너무 잘 대변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현재 대중들은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제1야당이라 하더라도 전례 없는 다수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중요 입법이 무산되는 상황에 직면함으로써 국회 입법권의 무력화를 실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의결 표결 문턱을 넘을 수 있는 200석을 확보하기 위해 야권이 총단결해야 한다는 것이 강 의원의 강조점이다.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을 같이 심판하자’는 식의 태도로는 지금 정부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일각에서는 지금 총선을 ‘반윤석열’, ‘반민주당’이라고 하는, ‘제3지대’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데,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넘겨서 원내 1당이 되는 정도, 거기에 일부 야당들이 같이 하는 정도라면 현재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더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하는데, 정치는 ‘이 정도만 해도 된다’고 하는 것과 똑같다”며 “그래서 우리는 4월 총선 이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을 만한 야당의 힘을 모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용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보장되게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이 말하는 ‘야권 총단결’ 대상 중 가장 덩치가 큰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정당을 포함해 그간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고 실체가 분명한 세력들과의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의 ‘시너지’를 모아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일정하게 형성되고 있다.
강 의원은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도 용인할 수 있냐’는 질문에 “윤석열 정권 심판을 하는 데 있어서 동의하는 모든 야권들이 반드시 하나로 모여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당내 분위기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그런 논의들을 계속 해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번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되냐는 것과 관련해서는 일정 정도의 교감 내지는 공감대가 충분히 마련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 연대·연합의 대상 및 방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선거제라고 전제했다. 강 의원은 “진보정당들은 당연히 연동형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연동형과 병립형 중에서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선거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연대연합의 형태를 제시하는 것은 너무 앞선 얘기라 생각”이라며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더 크게 연대해서 윤석열 심판 선거로 만들자는 제안을 숙고해달라”
야권 총단결의 전제 조건으로는 진보정당들간 선제적인 ‘결합’이 거론된다. 진보정당들의 연대·연합 논의는 지난 대선 이후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진보4당(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연석회의에서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은 가운데, 작년 11월 정의당이 진보진영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했다. 현재 이 제안에는 녹색당만이 응한 상태다. 진보당은 ‘정의당 플랫폼’이 아닌, 시민사회와 민주노총 등이 모두 참여하는 하나의 신설 합당 방식을 역제안했다. 원내 의석을 보유하고 있고 당세가 큰 정의당과 진보당의 입장이 교착돼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비례 의원 4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의당은 신설 합당을 하면 기호 순번이 뒤로 밀리고 TV토론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등 실리적인 면에서 손해가 크다는 점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연합 방식 및 형태에 따른 국고보조금 문제, 두 당이 합치는 데 대한 당원들의 정서가 일치되지 않는 점, 원내 정치인들의 행동 통일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등 진보정당들 내부의 복합적인 사정들도 혼재한다.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의당 플랫폼’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최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반면,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정의당이 자신의 플랫폼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명확한 어떤 틀을 규정하고 있어 민주노총이나 시민사회, 다른 진보정당들이 좀 더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진보당은 ‘정의당 플랫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냈다”며 “특정 정당으로 들어가는 ‘최소 진보’가 아니라 ‘최대 진보연합’으로 다 같이 크게 연대해서 윤석열 심판 선거로 만들어야 하지 않냐는 제안을 정의당에서 좀 더 심사숙고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 의원은 진보진영에서도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라는 입장을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이 ‘윤석열도 싫고 민주당도 싫다’고 한다면 윤석열 심판을 위해 다 모여보자고 하는 부분에 있어 애매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며 “그 부분이 가장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심판·탄핵에 대해 적극 동의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와 같은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는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있다”며 “우리도 그것에 대해서는 합당한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심판과 개헌에 동의하는 세력들이 함께 모여야 된다는 게 저희의 주장이다”고 했다.
연대·연합의 핵심 대상인 민주노총 내부의 민주당 비토 여론도 일정하게 형성돼 있다. 이에 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자들을 대했던 모습에서 ‘민주당과 같이 할 수 있냐’는 문제의식이 있을 수 있고, 그 문제의식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지금도 수많은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현안 문제나 법 개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노란봉투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를 놓고 민주노총이 ‘민주당 너네는 나쁘니까 끼지 마’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그런 현실 문제는 외면하고, 선거 때는 같이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일면만 보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진보당이 야권 총단결을 말할 수 있는 배경에 ‘자강’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 때마다 어떤 역량을 모아서라도 후보를 냈다. 100여 명의 후보들이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선거를 돌파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며 “그것이 우리 당 힘의 원천이고, 그 힘 때문에 연대도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