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1. ⓒ뉴스1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특별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재난으로 희생된 국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겠다는 선언”이라며 “헌법유린”이라고 폄훼했다.
윤 원내대표는 11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이태원특별법을 단독처리하는 의회폭주를 감행했다”고 주장하며 “이태원특별법 통과에 합의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 법안의 본질이 한마디로 ‘재난으로 희생된 국민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특별법 수정안’은 유가족이 국민의힘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고 양보한 법안이다. 국민의힘 요구에 따라 법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인 4월 10일부터로 미루고,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했으며, 유가족 단체의 조사위원 추천권은 국회의장과 관련 단체들이 협의해 추천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유가족이 바라는 원안에 비해 한참 후퇴한 안이었지만, 유가족은 국민의힘의 동참을 바라면서 수정안을 수용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조사위원회의 구성 등을 더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안에 합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본회의에 해당 수정안이 상정되자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퇴장하면서 법안 표결에 불참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태원특별법이 시행되면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 낭비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의 반대 토론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의원님 그거 아니잖아요! 저희가 양보했잖아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민중의소리 영상 참고)
윤 원내대표는 이 같은 유가족의 울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다시 한번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폄훼한 것이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특조위는 11명 중 7명을 야당이 추천해서 특조위가 사실상 야당 뜻대로 움직이게 했다”며 “정치공세에 초법적 권한을 쓰겠다는 속셈으로 이를 용납하는 것은 헌법유린에 동조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이 조사위원 중 일부를 추천할 권한까지 포기해 국민의힘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윤 원내대표는 이조차 충분치 않다며 “헌법유린”이라고 했다. 참고로 통과된 수정안에 따르면, 조사위원은 총 11명으로 국회의장이 관련단체와 협의하여 3명, 각 교섭단체가 4명씩 추천토록 했다.
또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요구에 따라 법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로 늦췄음에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또 거부권 행사냐며 선동하고 정쟁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여당은 참사를 정쟁화하는 대신 추모사업과 유가족 지원을 통해 공동체 슬픔을 치유하며, 유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 집중하겠다”며 “이게 선진사회의 성숙한 자세”라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참사가 발생한 이후부터 17개월 동안 천막농성, 단식농성, 오체투지 등으로 이태원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요구해 왔다. 특별법 논의는 정부여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다가, 지난해 6월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이후에야 시작됐다. 유가족들은 특별법 처리가 계속 미루어지자 지난해 12월 18일 엄동설한에 국회 담장 주변에서 두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를 땅에 대는 동작을 반복하는 오체투지를 진행하며 국회 본회의 통과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