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엑손모빌 로비 의혹 해소 없이 국정원장 임명 안 된다

11일 국회에서는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미심쩍기는 두 아들의 군 복무 관련 의혹이나, 배우자의 증여세 지연 납부 등도 마찬가지였지만 조 후보에 대한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엑손모빌 로비 의혹이었다.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조 후보자의 자택을 미국계 다국적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자회사가 임대하는 형식으로 고액의 임대료를 챙겨줬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조 후보자는 2017년 9월부터 엑손모빌 자회사인 모빌코리아윤활유의 지사장에게 임대하면서 월세 950만원의 3년 계약을 맺고 임대료도 선지급 받았다.

물론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임대료 지급 방식도 “외국인 임대 수요가 많은 이태원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

일단 임차인이 정말 그곳에 살았는지부터 말끔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기간에 조 후보는 해외에 거주했다. 조 후보는 모빌코리아윤활유 측이 2층과 3층을 임차했고 가족들은 1층에 거주했다고 주장한다. 엑손모빌 자회사의 지사장과 조 후보의 가족들이 한집 위 아래층에 오손도손 살았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해당 주택의 1층은 근린생활시설로 한마디로 ‘상가’다. 조 후보자의 가족이 근린생활시설에서 생활했다고 믿기도 어렵고, 정말이라면 불법이기도 하다.

하필 엑손모빌이라는 점도 이상하다. 엑손모빌은 1995년 한덕수 국무총리의 주택을 임차했던 적이 있다. 미국 정유기업이 국내에 고가 주택을 수백수천 채 임차하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만나는 집주인마다 고위 관료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덕수 총리는 같은 집을 미국 통신기업 AT&T에 6억원을 받고 빌려주기도 했었다.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에게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의심쩍은 행위가 문제가 될 때마다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우연을 주장한다.

꼭 몰래 뒷돈을 전달해야만 로비가 아니다. 때로는 임대료일 수도 있고 다른 거래일 수도 있다. 공직자라면 나중에 ‘중개인을 통한 정상적인 거래’라고 둘러댈 일이 아니라 사전에 의심받을 일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정상이다. 계약서에 중개인 도장이 찍혔다고 해봐야 의혹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 지역의 시세이고 정상적인 임대 행위였다면 굳이 로비로 의심받을 임대계약을 해야만 할 이유도 없다.

하물며 조 후보는 국정원장 후보다. 첨예한 정보를 다루는 자리이고, 국익과 안보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한 자리이다. 청문회를 통해서 의혹이 해소됐어도 불안한 자리인데 조 후보자는 의혹을 키우기만 했다.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조 후보자 측은 대부분 거부했다. 적극적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어떻게든 청문회를 모면하고 넘기고 보자는 태도로 일관하는 조 후보자의 모습 자체에서 국민은 이미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판단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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