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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자에서 레바논, 홍해까지 번지는 중동 전쟁

미국과 영국이 12일(현지시간) 예멘반군 후티의 근거지에 폭격을 가했다. 후티가 이스라엘에 대한 선전포고 이후 홍해에서 벌여온 이스라엘 상선 공격에 대해 직접 보복에 나선 것이다. 후티 반군의 계속된 공격에 세계 주요 해운사는 지난해 12월부터 홍해 해역 이용을 중단한 상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계 무역로를 위협한 데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 후티 근거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 전쟁이 중동 일대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미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은 비정규전을 벌이고 있고, 시리아·이라크에서는 미군 기지에 대한 무장조직들의 공격이 꾸준히 이어졌다. 홍해에서의 충돌은 보다 직접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티 반군이 주도하고 있다. 후티 반군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에일랏 항구의 물동량은 85%나 감소한 상태다.

미국은 그동안 교전 참여를 꺼려왔지만 이번엔 동맹국과 함께 직접 공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후티 반군의 결정적인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후티는 "미국과 영국은 높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역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공언했다. 오랜 시간 동안 비정규전을 치러온 후티 반군이 더 적극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이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마주한 레바논의 상황도 악화일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하마스 3인자를 암살하는가 하면, 레바논 남부 공습으로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도 폭살했다. 가자 이외의 지역에 직접 군사력을 투사한 것인데, 이에 대한 반격이 이어질 것임도 분명해 보인다. 가자 전쟁이 중동 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을 진정시키는 조치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해 온 미국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가자 지구에서의 학살이 중단되지 않는 한 이란과 하마스, 시리아·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에 이르는 이른바 '저항의 축'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전비 지원을 크게 늘린 상태다. 이런 이중적인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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