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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이든’·‘날리면’에 대한 법원과 대통령실의 초월적 행태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당시 발언과 관련한 MBC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정정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이 지난 12일 나왔다. 판결 내용도 모순인데,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지도 않은 1심 판결을 토대로 MBC 보도를 “허위”로 단정하고 나선 대통령실의 헌법 및 사법체계 무시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MBC는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을 했다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는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에게 발언 내용을 직접 확인했다면서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이 “바이든”, “날리면” 중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1심 재판부(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했는지, “날리면”이라고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음성 감정 결과를 토대로 MBC 보도를 ‘허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사실관계에 관해 언급한 것은 “윤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음성 감정 결과가 전부다. 불분명한데 '허위'라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모순이 명백한 이유다.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같은 날 “법원의 정밀한 음성 감정으로도 대통령이 MBC 보도 내용과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보도’를 낸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밝혔다. ‘불명확하다’면서도 ‘허위’라고 단정한 법원의 판단 모순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구속 및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유죄 판결 등 가족 비위와 관련한 사법부 판결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최 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유죄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기까지 했지만, 대통령실은 침묵했다.

대통령실은 최고 권력기관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실이 사법기관의 판단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행위는 제한되어왔다. 이런 원칙은 권력자가 송사의 ‘당사자’에 해당할 경우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물론 본인 및 친인척 비위나 권력형 범죄와 같이 반성적 차원의 입장 표명이 요구되는 사안의 경우는 예외다. 아울러 대통령의 명예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한다면 회복적 차원에서의 입장 표명은 용인될 수 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근거해 매우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고 권력기관의 입장이 상급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 및 삼심제를 규정한 사법체계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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