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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제는 신앙이 되어버린 윤 대통령의 감세론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물론 토론은 없고, 윤 대통령이 시작과 끝을 긴 연설로 채웠고, 중간중간 업계 관계자들과 정부 인사들의 비슷비슷한 말이 이어졌다. 내용도 새로울 것은 없다. 경기 남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우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원을 투자하고, 정부가 세제 혜택과 전력,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이야기가 전부다. 이런 정도면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이나 '국민과 함께하는' 토론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놀라운 것은 윤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대한 확신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만료되는 최대 25%의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에 대해 "법의 효력을 더 연장해서 앞으로 투자 세액 공제를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는 관련 대기업에 대한 감세다. 윤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세액 공제를 '대기업 퍼주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특별하게 깎아주는 건 '퍼주기'가 맞다.

윤 대통령은 세액 공제로 투자가 확대되면 반도체 관련 생태계와 기업의 수익·일자리가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국가 세수가 늘어난다고 강변했다. 이런 주장은 수십 년 된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의 논리인데, 단 한 번도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현 정부는 집권 첫 해 대규모 감세를 시행했지만 두번째 해였던 작년에 기록적인 세수 감소를 겪었다. 그래서 한 번도 줄이지 않았던 R&D 예산까지 큰 폭으로 줄여야 했다.

이런 현실을 의식한 것인지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금년 예산에 R&D 예산을 좀 줄여서 불안해하는 분이 많은데 걱정 마시라"며 "내년 예산에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해 민생을 살찌우는 첨단산업이 구축되도록 대통령으로서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깎고 내년에는 늘리겠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그에 쓸 세수가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듯 하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중요한 말은 모두 감세다. 대주주의 주식양도세도, 금융투자세도, 다주택자 중과세도 다 없애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투자액도 그만큼 세금에서 줄여 주겠다는 건데 이 쯤 되면 '신앙'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아무 근거도 없고, 심지어 그렇게 할 권한조차 국회에 있는데, 대통령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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