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이스라엘 집단학살 국제재판, 미국도 함께 심판 받을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얼싸안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가자지구 북부를 공격할 테니 남쪽으로 피난 가라던 이스라엘이 남쪽마저 공격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 민간인 24,000여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사망자는 184명이다). 그중 약 70%가 여성과 어린이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다.  
이런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집단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고, 국제사법재판소는 11일부터 심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9일 이 재판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평화 노력을 방해한다"며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11일 재판이 시작된 것과 관련해 근거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번 재판이 세계, 특히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이스라엘을 지원해 온 미국에게 미칠 영향을 살펴본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War on Gaza: The West will stand in the dock alongside Israel at the genocide court

국제사법재판소가 이번 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송을 심리를 시작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서방 국가가 자기편에 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남아공은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대한 즉각적인 금지 명령을 요청했다.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살해한 팔레스타인인 약 23,000명으로 그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다. 4개월째에 접어든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민의 과반이 집을 잃었고, 건물 잔해 속에 깔린 시신은 수천 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수만 명이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피난을 명령한 ‘안전지대’조차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공격해 가자지구의 거의 모든 인프라를 파괴했고, 구호품의 유입마저 막고 있다. 그리하여 기근과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은 8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폭격과 포위 공격이 ‘국가, 민족, 인종 또는 종교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지른 행위’로 1948년 집단학살 협약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이번 재판에서 서방이 자기를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만큼이나 서방이 이스라엘의 유죄 판결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서방, 특히 미국과 영국은 무기를 이스라엘에 보내면서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살육을 강력하게 지지해 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악시오스에 유출된 이스라엘의 외무부 문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재판에서 변론을 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관 15명에게 외교적, 정치적 압력을 가해 승소하려는 전략이다.

서방은 이스라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물론 앞장서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의 바이든 민주당 정권은 지난주 말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 비생산적이며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남아공의 상세한 보고서를 맹비난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진지한 보도를 접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서방 국가 국민에게 미국의 발언이 굉장히 어처구니없게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이미 그곳에 있는 기자들은 전례 없이 표적 사살하고 있다. 게다가 서방 언론은 기꺼이, 그리고 은밀하게, 이스라엘의 강력한 사전 검열을 받고 있다.

집단학살에 대한 선동

유출된 외무부 문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판결을 하지 못하도록 재판관을 ‘설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더 시급한 것은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국제재판소의 잠정 중단 명령을 막는 것이다.

집단학살은 ‘전멸’ 의도로 한 인구 집단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리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이 집단학살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남아공이 수집한 증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남아공의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내각 고위 인사,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 현역 및 전직 이스라엘 군 지휘관 등의 발언을 모아 9페이지에 걸쳐 이스라엘의 명백한 집단학살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베니 간츠 전쟁위원회 장관의 고문인 조라 에이랜드는 이스라엘의 목표가 ‘가자지구에서 계속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고,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처음부터 가자지구에 ‘최대 피해’를 입히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헤르조그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전체가 군사적 표적이 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고,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인을 지칭할 때 성경에 등장하는 유대인의 적 ‘아말렉’이라고 한다.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아말렉족을 전멸시키라고 명령하며 ‘남자와 여자, 어린이와 유아를 모두 죽이라’고 했다).

집단학살 협약의 조항 중 하나는 집단학살 선동을 절대적으로 금지한다. 이스라엘의 고위 정치인과 군 지휘관이 이를 위반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지난주 이스라엘의 학자, 변호사, 인권운동가, 언론인이 이스라엘 법무장관에 보낸 서한은 이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선동이 일상화됐다며 ‘전멸’, ‘삭제, ’파괴‘ 등이 일상의 담론이 되면서 이스라엘군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삐 풀린 이스라엘

그러나 집단학살의 전조인 인간성의 부정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박멸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전면 공격은 집단학살의 정의를 완전히 충족시킨다. 대량학살은 특정 집단이나 인종을 완전히 파괴하거나 소멸시키려는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행위인데, 팔레스타인인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하는 환경은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훨씬 이전부터 조성됐다.

가자지구의 현재 상황 때문에 잊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현재 상황을 가져온 배경이다. 유엔은 거의 10년 전부터 (현재 17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가 가자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은 예전부터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 옴으로써 집단학살의 요건을 정확하게 충족하고 있었다.

현재의 전면 공격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230만 가자지구 주민의 물을 심각할 정도로 제한해 왔다. 그 결과 가자지구의 대수층이 지나치게 팽창해 바닷물이 유입됐고, 가자지구의 물은 식수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해졌다. 식량도 마찬가지다. 2012년 이스라엘이 2008년부터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식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비밀문서가 공개됐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인의 3분의 2가 식량 부족에 시달렸고, 어린이 10명 중 1명은 영양실조로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장기적인 식량난을 유도해 사실상 가자지구 주민을 굶주림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지난 15년 동안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기적인 공격(이스라엘은 이를 ‘잔디 깎기’라고 부른다)으로 인해 많은 주택과 기반 시설이 파괴됐고, 인구 과밀이 심화됐으며, 환경이 점점 비위생적으로 변해 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를 반복적으로 폭격하고 추가 에너지의 공급을 차단하면서 가자지구의 전력 공급을 하루 몇 시간으로 제한했다. 이스라엘은 또한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한 후 의약품과 의로 장비의 공급도 제한해 심각한 건강 상태를 치료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때가 많았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가 외부의 물건을 수입하는 것도 제한해 가자지구의 경제는 이미 파탄 지경이었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실직 상태였다. 오래전인 2016년, 이스라엘의 군사 정보 책임자 헤르지 할레비는 이스라엘의 재앙적인 가자지구 정책이 엄청난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3년 10월 7일 그 경고가 현실이 됐다.

지난 3개월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난동은 오랫동안 지속돼 온 모든 집단학살 정책이 가속화되고 강화된 결과일 뿐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은 것이 이스라엘이 고삐를 풀 수 있는 빌미가 된 것뿐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가자지구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책임자가 지난주 가자지구가 사실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선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또한 가자지구 주민이 사상 최고 수준의 식량 불안에 직면해 있고, 기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게다가 주민의 대다수가 노숙자가 됐고, 대부분의 병원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가자지구에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완전 봉쇄’ 정책을 펼치며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피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도로를 파괴하고 통신 시스템을 마비시켰으며, 유엔 트럭에 총격을 가하고 구호 요원을 살해하고 있다. 주말에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을 방문한 미국 상원의원 두 명도 이스라엘이 불합리한 조건을 내밀어 구호품이 가자지구 주민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끝없이 지연시키고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이스라엘은 주민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 조건을 만드는 데 이미 성공했다.

제2차 대전과 나치의 홀로코스트 직후에 작성된 1948년 집단학살 협약의 목적은 단순히 집단학살을 저지른 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이 협약은 집단학살을 초기에 감지하고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집단학살을 중단할 메커니즘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남아공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전멸시킨 후 벌어질 일을 중재하기 위함이 아니다. 너무 늦기 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전멸시키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다.

이스라엘 지지자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이스라엘의 진짜 목표는 가자지구 주민을 몰살시키는 것이 아니라 탈출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단학살 혐의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이런 논리를 펼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주 인터뷰에서도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폭격으로 집을 잃고 굶주리며 질병에 취약해진 가자지구 주민에 대해 ‘수십만 명이 이제는 당장 떠날 것’이라며 이를 ‘자발적’인 대량 이주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그 자체로 반인도적 범죄이며, 이집트가 국경 개방으로 가자지구 주민이 살인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집트가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협박에 굴복하지 않으면 가자지구 주민은 이스라엘의 미사일과 이스라엘이 야기한 기근과 전염병 때문에 떼죽음을 당할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의 폭격과 봉쇄가 인종학살로 이어질지, 아니면 ‘그냥’ 인종청소로 마무리될지 고민하면서 관망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국제인도법의 필요성 자체가 모두 사라진다.

집단학살 유죄 판결이 가져올 파장과 넘지 말아야 할 선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과 서방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남아공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법적으로 곤란해지는 것은 이스라엘만이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이 집단학살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고 다른 국가는 무기 제공이나 외교적 지원 등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거부해야 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공격 중단 임시 명령이 ‘넘지 말아야 할 선’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일단 이런 임시 명령이 내려지면, 이에 따르지 않는 모든 국가가 집단학살에 연루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방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서방은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을 외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공모해 왔다. 리시 수낵 총리와 키어 스타머 야당 당수 등 영국 지도자들은 휴전에 확고하게 반대해 왔고, 이스라엘 집단학살의 중심축인 ‘완전 봉쇄’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는 모든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의 바이든 정권은 민간 지역을 파괴하는 무차별적인 덤(비지능형) 폭탄을 포함한 무기의 공급을 가속하기 위해 의회 심의를 두 번이나 우회하기까지 했다.

미국과 영국 언론은 공개적으로 집단학살을 선동하는 이스라엘 관리에게 방송 기회를 계속 줬다.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 치피 호토벨리도 정기적으로 영국 언론에 등장해 집단학살 옹호 발언을 해 왔다. 지난주에는 인터뷰 진행자가 그녀에게 마치 가자지구의 모든 학교, 모스트, 주택을 파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호토벨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해결책이 있는가?”

이스라엘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이 모든 것이 중단돼야 한다. 서방 국가는 경찰은 집단학살을 선동하거나, 선동의 장을 제공한 모든 사람을 수사하고 기소해야 할 것이고, 모든 나라는 이스라엘의 무기를 거부하고 이스라엘은 물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공모한 모든 국가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서방의 이중잣대

물론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석유가 풍부한 중동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서방에게 이스라엘은 포기하기에 너무 중요한 국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집단학살 유죄 판결을 집행하려는 모든 노력은 미국에 의해 차단될 것이다.

한편 영국, 캐나다, 독일, 덴마크,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자기의 이중잣대에 대해 얼마나 부끄러움이 없는지를 이미 보여줬다. 이들은 몇 주 전 로힝야족을 집단학살하고 있다는 혐의로 미얀마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로힝야족이 ‘식단의 제한, 집으로부터의 체계적인 추방, 필수 의료 서비스의 최소 기준 미달’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만들어낸 가자지구의 상황이 훨씬 심각해도 이 서방 국가 중 어느 나라도 남아공의 제소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로 서방은 국제법이 그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할 것이다. 10년 넘게 가자지구에서 국제법을 어겨온 이스라엘이 지금은 마치 세계에 막아보라는 듯 도발적이고 노골적으로 집단학살을 자랑스럽게 자행하고 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적인 안전장치를 역설적으로 유대인이 역행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방이 과연 이스라엘을 맞설까, 아니면 국제사법재판소에 맞설까. 서방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흔들린 국제법의 기반인 전후 합의가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 결과에 대해 이스라엘보다 더 기뻐할 국가는 없을 것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