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상을 기소하라고 권고했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이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 수뇌부가 기소여부를 1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 하고 끝내는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까지 소집했다. 어떻게든 기소를 피해보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으나 외부위원들은 명확하게 기소하라고 권고했다.
김 청장이 기소돼야 하는 이유는 이미 경찰 특수본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특수본 수사결과를 보면 김 청장은 서울경찰청 자체 보고서 등을 통해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 인파 폭증을 인식했음에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참사 발생 시점에 안전사고 발생 위험 경고 신고를 부실 처리하는 등 경찰 대응의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었다. 구속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보다 김 청장이 더 큰 책임이 있었다.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지난해 5월 김 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검찰 수뇌부는 반대했다. 결국 경찰 특수본이 김 청장을 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으로 넘겼고 서울서부지검 역시 불구속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 수뇌부는 또 무시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끌더니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고 시간을 끌어왔던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참석 위원 15명 중 9명이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객관적 시선으로 봤을 때 기소가 마땅하다는 결론이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들어보겠다고 미룬 마당에 그 판단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소권을 독점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껏 김 청장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태도는 참사에 대해 어떤 정부 고위관계자도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뻣뻣하게 버티고 있는 정부를 향해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칼을 들이밀 엄두를 못 내 온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부는 아직도 공포를 미루고 있다. 한동훈 여당 비대위원장은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기까지 했다.
윤 대통령이 끝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꼴이 될 것이다. 김 청장 기소를 미뤄온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직면했듯, 특별법을 거부하는 정권은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