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정치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정치혐오에 올라탄 퇴행적 정책으로 비판받은 내용이다. 포장만 바꿔서 신상품이라고 내놓는 여의도의 악습을 ‘정치신인’ 한동훈 위원장이 벌써 몸에 익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16일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며 “이것이 국민의힘의 네 번째 정치개혁”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표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자당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 시 무공천 등의 연장선이다. 하나 같이 정치개혁이라기 보다 ‘정치판은 썩었다’는 혐오에 올라타 반정치를 선동하는 내용이다.
특히 국회의원 숫자 축소는 과거 안철수 의원의 100명 축소안을 내놓았다가 학계와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박해 본전도 못 찾은 정책이다. 정치의 역할을 바로 세우고, 기능을 높이기보다 국회의원을 줄이자는 발상 자체가 유치하다. 야당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고 임기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자고 할 것이냐’며 황당해한다. 실현 가능성도 없다. 지역구 하나 줄이기 어려워 선거구 획정 때면 ‘우리 지역구 통폐합은 부당하다’며 극단적인 반발이 벌어진다.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 50명에게 자기 지역구 폐지 동의를 받아오면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지역구 축소가 아니라면,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것인데 이건 지역구 당선자 이외의 표를 모두 사표로 만드는 정치후진국이 되는 길이다. 더욱이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회귀하든, 위성정당을 띄우든 비례 의석을 악착같이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비례대표를 공천하면서 비례대표를 없애는 선거를 치르겠다는 건 정상적인 인식으로 할 수 없는 주장이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역시 헌법에서 보장한 국회의 권한을 인위적인 선언으로 무력화하는 초헌법적 행위이다. 이 ‘특권’은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행정부 권력에 대한 독립과 견제를 위한 것이다.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속한 국민의힘이 야당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압박하는 것은 검찰을 틀어쥐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로 느껴진다. 자당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 시 무공천 약속은 이미 국민의힘 당규로 가능하다. 이를 짓밟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초유의 귀책사유 당사자 공천을 감행했다 참패한 것이 세 달 전이다.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을 사실상 주도한 윤 대통령의 반성이나 평가 없이 무공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동료시민’의 기억력을 실험하는 짓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고 선거를 치르고는, 집권 뒤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내달았다. 결국 당대표의 입에서 ‘양두구육’이라는 극언까지 나왔다. 총선에서 정치혐오에 올라타 반정치적 주장을 정치개혁이라고 포장해 판다면, 이는 한동훈판 양두구육일 뿐이다. 실현 가능성도 없고 당내 합의도 불가능한 구시대적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 정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비례대표 선거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오랜 기간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가 뜻을 모아온 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4년 전에 이어 다시 위성정당을 띄우겠다면서 정치개혁을 입에 올리는 낯 두꺼운 모습을 국민들은 참고 보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