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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세습의 새로운 수법으로 등장한 RSU

재벌의 경영권 세습에서 새로운 수법이 등장했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보상이라는 새로운 기법이 그것인데, 간단히 말해 제3자에게 양도가 금지된 주식을 임직원에게 주는 것이다. 경영진들의 성과급을 장기에 걸쳐 지급하는 합리적 보상 체계라는 설명이 따라붙지만 실제에선 법의 틈새를 찾아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시도에 불과해 보인다.

한화그룹 승계 1순위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수만에서 수십만주의 RSU를 부여받았다. 10년 뒤가 되면 이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경영권을 물려주는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할 만하다. RSU가 주목받는 건 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에게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대주주와 가족들에겐 스톡옵션을 주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 허점을 이용해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인 후 '오너가' 구성원들에게 성과급처럼 주는 셈이다.

RSU는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해 전문경영인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인재를 확보하면서 이들의 장기 근무를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너가' 자녀들에게 이런 방법을 쓸 이유는 없다. 이들은 다른 회사로 갈 이유도 없고, 다른 회사로 가서 이런 대우를 받을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경영권 세습 논란 이전에 총수의 자녀에게 이렇게 많은 급여를 준다는 것도 황당하다. ㈜한화가 김 부회장에게 첫 RSU를 지급한 건 2020년이다. 김 부회장은 2020년 1월 부사장으로 입사했는데, 입사하자마자 거액의 현금과 주식을 받은 것이다. 도대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길래 이런 보상을 주는 것인지는 누구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재벌들이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해 사용한 편법과 불법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상법과 세법, 자본시장법에는 법망을 피하기 위한 재벌들의 시도와 이에 대처한 시민사회와 당국의 노력이 곳곳에 흔적으로 남았다. RSU는 아직 막지 못한 구멍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런 꼼수는 사회의 통합을 방해하고, 결국 회사의 영업활동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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